‘미나리’

2017.10.14 20:55:49

숙취해소에 좋은 우리 민속채소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디고 따사로운 봄 햇볕을 받으면서 기름지게 올라온 미나리를 임금에게 바치고자 하는 고산 윤선도 선생(1587~1671)의 마음이 드러나 있는 고시이다.


이렇듯 미나리는 우리 민족에게 봄의 향긋함을 전해주는 정겹고 소박한 채소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아직까지 탕을 즐겨먹는 식성으로 생선의 비릿한 맛을 잡고 풍미를 돋우기 위해 반드시 들어가는 미나리는 그 재배면적이 2000년 875ha에서 2006년 1,300ha로 15년 새 1.5배가 증가했다.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주로 도시 근교에서 많이 재배되던 미나리는 논(미나리꽝)이 오염되자 건강에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한 소비자를 겨냥하여 시설에서 지하수나 온천수 등을 이용하여 깨끗하게 재배·출하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2016년 시설재배 면적 507ha).


참고로 해발 932m 화악산(청도)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로 비닐하우스에서 깨끗한 미나리를 연간 1,000톤 이상 생산하는 한재미나리는 무공해 청정 미나리로 변신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 미나리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에 분포하고 있는 반면 서양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채소이다. 그래서인지 미나리는 우리나라에서 즐겨먹지만, 주변국인 일본에서는 미나리 대신 흔히 참나물로 오인되는 삼엽채[三つ葉, 미쓰바]를, 중국에서는 향이 강한 고수[芫荽, coriander]를 향신채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미나리는 주로 영양번식 작물로 품종으로서의 단일 특성보다는 해당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게 적응해 왔기 때문에 다양한 변이를 보이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미나리는 그 지역에 따라 브랜드화된 사례가 많다.


미나리는 강장, 해열, 이뇨 작용뿐 아니라 보온과 발한 작용 등 특유의 방향성분(정유성분; 이소람네틴 isorhamnetin, 페르시카린 persicarin, 알파파이넨 α-pinene, 미르센 myrcene 등)을 가지고 있어 입맛을 돋우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며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약리 작용이 있어 병원에 쉬이 가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이 밖에도 미나리에서 추출된 플라보노이드 중 기능성을 갖는 것들이 많고, 이중 페르시카린은 간을 보호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초기 의학처방서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1433년 간행)」과 청나라 황궁黃宮이 엮은 「본초구진本草求眞, 1769년」 등 각종 고대 의학서에 여러 약리적 작용을 하는 약재로 소개되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1613년」에서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해 주며, 술 마신 뒤의 주독을 제거해 줄 뿐만 아니라 대장과 소장을 원활하게 해 주는 등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준다’라고 되어 있을 정도로 그 기능이 다양하다.


미나리 하면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대학원 시절 필자가 밤늦은 시간 한참 미나리 수경재배 연구에 매진하고 있을 때, 지도교수님께서 거나하게 한잔 하시고선 시험온실에 들러 미나리 잎을 뜯어 드시곤 하셨다. 미나리 몇 이파리 먹는다 하여 건강에 무슨 이로움이 있을까마는 아마도 간 해독에 좋다는 미나리를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술자리가 한층 가벼우셨으리라 짐작해 본다. 


실제로 미나리는 술을 마신 후의 열독을 다스려 술로 인한 간경화에 효과가 있고 간의 부하를 낮춰 황달을 줄이며, 대·소장을 좋게 하여 신장염이나 방광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동의보감, 본초강목, 방약합편 등 다수 수록).


이처럼 미나리는 민속채소로서 부족한 우리네 식탁 한 자락을 채워줄 뿐 아니라 미나리과에 속하는 많은 식물들에 약리적 기능이 많다. 채소로 이용하는 것들에는 셀러리, 당근, 파슬리, 고수, 삼엽채, 참나물, 회향, 갯기름나물 등이 있다. 약초나 야생식물로는 당귀(일당귀, 참당귀), 강활, 천궁, 구릿대, 시호(개시호), 누룩치, 어수리, 고본, 독활, 바디나물 등으로 다른 채소나 식물에 비해 향이 독특하고 약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17년 10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문보흠 farmmarket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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