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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도사업이 경쟁력이다

협치의 시대에 다시 돌아보는 농촌지도사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햇볕이 따갑다. 
시험용으로 심어 놓은 건답직파용 벼의 새 입술과 
박하의 새 입술이 바삭바삭 메말랐다.

여름엔 그늘 한 조각이 반갑고
겨울엔 햇빛 한 조각이 반갑다

손수건 한 장만 한 작은 그늘아래 서서 
햇빛은 
파동일까 
아니면 입자일까 

파동이라고 하면 입자의 성질이 나타나고 입자라고 하면 파도처럼 파동이 인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아주 간단하게 예를 든 것이다. 측정 불가능성 때문에 입자의 움직임 하나하나의 정확한 표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요지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떨어지는 사과가 있는 거시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미시세계의 핵반응을 이용한 북한의 핵력과 미국의 핵력이 부딪칠 뻔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비선형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개연성이 아주 희박한 검은 백조(블랙스완)가 불현 듯 IMF사태와 911테러 그리고 트럼프의 당선처럼 나타난다. 우리는 작위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2014년 8월 전남 해남에 있는 벼 친환경단지 25ha에 메뚜기 떼가 출몰하여 결국 친환경을 포기하고 유기화학 살충제를 살포해야만 했다. 그 메뚜기는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닌 토종 풀무치로 밝혀졌다. 누구의 책임일까
농업행정당국은 국가예산 확보를 큰 치적으로 삼고 획일적으로 크게 일을 벌인다. 친환경이라는 말에 함축된 여러 가지 의미는 애당초 고려의 대상이 아니고 단지 구호에 불과하다. 친환경 단지는 단순하게 유기화학 농업자재 없이 벼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단지가 아니다. 주변 생태계와의 조화를 고려하고 생물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이 실적에 매달리지 않고 소신껏 다양한 품종을 심도록 장려했다면 풀무치 떼가 25ha를 휩쓸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담당 공무원이 소득이 높은 품종 하나로 다 심도록 행정 행위를 했더라도 생각 있는 농민들이 그건 아니다. 소득이 적더라도 해남 토종벼와 다양한 농업생태계가 공존하도록 단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설득해서 그 목표를 달성했다면 토종 풀무치의 괴물화는 없었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요구되는 것이 관과 민의 협치이다. 행정 행위 대상자인 민의 정치행위 수준이 관의 강제력 있는 행정 행위와 대등할 때 협력적 통치와 공동 의사결정, 그리고 공동 책임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협치가 될 것이다.

GFRAS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농촌지도직렬에 종사하고 있는 대다수의 지방농촌지도사 중에서 GFRAS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중앙기관에 근무하는 젊은 직원이 연단에 서서 GFRAS라고 유창하게 G발음을 할 때 느끼는 가슴 한편의 깊은 소외와 억울함을 가늠할 수 있는가?
GFRAS에서 R은 RURAL이고 A는 ADVISORY이다. Rural Advisory Services라고 써놓고 농촌지도라고 번역한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핵심키워드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말을 옮겨 본다.

효과적인 농촌지도 파트너십 증가 : 도전과제 해결 및 기회 포착 
농업인 자기주도 학습 육성 
공공 농촌지도사업은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중요하며~

농촌지도사업은 많은 지역에서 무시당하고 있다. 단일직급제가 무시당하면서 그렇고 국가직에서 지방직화 되면서 더 그러하며, 정확히 말하자면 농업정책과 농촌지도가 통합된 곳에서 특히 더 그러하다. 우리는 아직도 예산 총액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정량적 시스템에서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되지 않는 것은 성과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입자와 입자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핵력을 극대화시킨 것이 북한과 미국의 핵폭탄이다. ‘민관군’이라는 현실성이 극히 떨어지는 수사는 걷어 치워라. 우리는 아직도 관이 주도하는 관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손에서 놓은 지 오래고 아주 많이 빛바랜 농촌지도론에서 아직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언설 하나는
‘농업기술센터는 성인사회교육기관이다’
앎에서 시작된 행동이 변화촉진인자 역할을 할 것이다. 농업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농촌지도사들은 행정력을 강요하는 경우가 드물다. 상담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함께 방향을 잡고 함께 생산하도록 격려한다. 
행정력을 가진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유일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국민과 시민과 군민을 리드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협치는 공동의 권한을 가지고 공동의 문제를 공유하는 네트워크에서 이루어진다. 

농촌지도사업은 변화촉진인자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많이 보고 많이 들어서 변화를 알고 있는 선도 농업인에게 시범적으로 사업을 줘서 지역사회에 변화를 촉발한다. 교육이라는 적은 예산을 통해서 수많은 혁신인자가 생기고 예산투입대비 더 많은 성과가 나타나도록 한 농촌지도 사례는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다. 지·덕·노·체의 네잎클로버가 하나의 대표적인 예이다. 
지·덕·노·체는 전인교육의 목표이고 현재에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농업이념이다. 예산투입대비 산출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한다면 농촌지도사업 분야가 당연히 앞서 있다. 여러 공무원 조직 중에서 협치의 의미에 가장 근접한 조직으로 농촌지도사를 들 수 있다. 국내 유수의 학자에게 많이 인용된 Stoker, G. (1998). Governance as Theory: Five Propositions. International Social Science Journal. 50(1): 17-28.에서 거버넌스 특징 다섯 가지를 옮겨 본다. 
1. 공공문제의 해결에 정부와 민간이 모두 참여하고
2. 사회적 경제적인 문제해결에 담당과 책임을 공유하며
3. 집합적 행동에 관련된 당사자들 사이의 상호 권력 의존관계가 중요하고
4. 행위자들 간의 자율적인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5. 정부의 공식적인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쉽게 말해 공무원 같지 않은 공무원이다. 자발적인 농민 참여와 상호부조를 끌어내는 능력이 협치의 핵심이다. 농촌지도사업지침에 수도 없이 언급되는 농업인 조직화, 선도농가 육성은 농촌지도사업의 많은 장점 중에서도 협치의 시대에 가장 눈에 띄는 특출한 장점이다. 지역 주민의 조직화와 주민리더를 양성한 뒤에 각종 행정을 펼친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더 많은 행정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순창군농업기술센터 조명훈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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