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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편집장의 글> 가엾은 리얼리스트

대학원 시절 스승님들을 따라 도봉산 보문능선을 오르곤 했다. 
봄에는 진달래꽃, 여름에는 물소리를, 가을에는 낙엽, 겨울에는 하얀 눈을 만났다. 
헉헉거리며 농업전문지에서 뛰고 있는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거나 기특하게 생각하실 때도 있으셨지만, 
국문학 전공자가 농업전문지에 몸담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셨다. 
농업 현장에서의 고뇌를 펼쳐 놓으면 도봉산 어느 한 자락에 올랐을 때  
스승님들께서는 답을 주시곤 하셨지만, 늘‘가엾은 리얼리스트’라고 부르셨다. 

올해도 팜&마켓매거진의 일원으로 나 역시 많은 취재원을 만났고, 감동하거나 실망했다. 
물론 농업 잡지 가운데 팜&마켓매거진이 네이버·다음 카카오 포털과 뉴스 검색 제휴되어 전 국민이 보는 잡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벽들이 산재되어 어려움도 많았던 한 해였다. 

스승님께서 폐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바람에 나는 더 이상 도봉산을 오르지 않았다. 
이제는 농업과 문학을 이야기하며 도봉산 보문능선 길을 올랐던 도봉불망록道峰不忘錄이 되어 버렸다. 
농식품전문지에서 학연, 혈연, 지연 등의 연결고리 없이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이 들때면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할 수 있다’며 격려 하시던 스승님들이 그립다. 

어쩌다가 김남주 시인의 ‘가엾은 리얼리스트’라는 시를 볼 때면 나의 열정이 무엇으로인해 상처를 받아 식어버렸는가 뒤돌아본다. 

시골길이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흔해 빠진 아카시아 향기에도 넋을 잃고
촌뜨기 시인인 내 눈은
꽃그늘에 그늘진 농부의 주름살을 본다
바닷가가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낙조의 파도에 사로잡혀 몸둘 바를 모르고
농부의 자식인 내 가슴은 제방 이쪽
가뭄에 오그라든 나락잎에서 애를 태운다
뿌리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른
가난한 시대의 가엾은 리얼리스트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인가 구차한 삶을 떠나
밤별이 곱다고 노래할 수 없는 놈인가
              - 김남주 시인, 가엾은 리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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