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접 4천만 원을 모으려면 몇 년이 걸릴 텐데, 공모사업을 통해 농촌융복합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고, 전남농업기술원과 화순군농업기술센터 도움 덕분에 소득도 증가시켰죠. 저를 키워주는 기회였죠.”
양기원 대표는 “4-H 우수과제 창업 육성사업에 참여해 사업비를 지원받으며 농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화순군농업기술센터 류창수 소장은 “농업을 재배에 국한하지 않고 가공과 유통까지 확장하는 사업가형 청년농업인이다.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기 때문에 지역 농가들로부터 칭찬받는 청년농업인이다. 지역 사회에서 선후배를 잇고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핵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업을 단순한 농사로만 보지 않고, 사업적 확장과 사회적 활동을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양기원 대표의 농업 이야기를 취재 노트했다.
친구와 함께 “곡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단어 ‘제작소’가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작이 됐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나 예술 분야에서 사용하는 ‘제작’이라는 단어를 농업에 접목해, ‘작물 재배부터 가공·유통까지의 과정’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발상에서 탄생한 이름이 바로 양기원 대표의 ‘곡물제작소’다.
“저희는 곡물을 만드는 사람들이니까 ‘곡물제작소’도 괜찮겠다 싶어서 만들었습니다.”라는 말처럼, 곡물과 제작이라는 두 단어의 결합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곡물제작소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과 확장성으로 지금의 브랜드로 정착해 나가는 주인공이다.
캐디에서 청년농업인으로 출발
농업 6년 차를 맞은 양기원 대표는 지난해 3월 ‘곡물제작소’를 세우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원래 골프장 캐디로 일하며 화려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마음은 늘 편하지 않았죠. 그러던 중 친구가 ‘농사도 괜찮다’며 권유하여 농촌을 찾았고, 친구의 농사를 보면서 마음이 편해졌고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고향의 풍경과 흙냄새에서 마음의 안정을 느끼게 됐다. 사실 완전히 농사에 낯선 사람은 아니다. 스무 살 무렵까지 부모가 80마지기 논밭을 경작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형이 축산을 이어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농업 환경을 접해왔다. 결국 그는 농업으로의 귀향을 결심했다.
“골프장에서는 최고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늘 긴장 속에 있죠. 그런데 농촌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일하면서도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게 농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고령화된 마을에서 청년농업인으로서의 역할을 체감하며, 농업인들과 함께하는 농사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나갈 뜻을 다짐했다.
성실한 경작, 신뢰로 이어진 임대 농사 확대
고령화로 인해 농촌의 일손이 부족해지는 가운데, 양기원 대표는 성실한 농사로 지역 농가의 신뢰를 얻어 임대 농지를 점차 확대했다. 임대 밭은 기계화가 어려워 풀 뽑기부터 각종 작업을 대부분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하지만 그는 풀 한 포기 없이 깨끗하게 밭을 관리하고, 거름주기나 로터리 작업 등 기초 농사도 성실하게 수행해 인근 고령 농가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깨끗하게 농사를 지으면 그다음 해에도 밭을 맡겨주셨어요. 매년 어르신들께서 농사를 부탁해서 농지가 자연스럽게 늘어났죠. 현재 약 2만 평 규모의 논밭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역 고령 농가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청년농업인이 있다는 점과 어르신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분 좋다. 성실한 농업 태도는 농촌 현장의 신뢰 자산으로 자리 잡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너무 욕심을 부리면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예를 들어 15개 논을 감당할 수 있지만 욕심내서 18개까지 맡아 해 보니 관리가 소홀해져 다시 15개 논을 임대하고 있다”며 규모 확대의 어려움도 솔직하게 전했다.
농업 현장에서 가장 고된 일로 꼽는 것은 잡초 관리다. 농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잡초를 제거한다.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진심이 전해지고, 소비자와 농가가 신뢰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4-H 활동, ‘농업인 네트워크’의 힘
양기원 대표는 청년농업인 단체인 4-H(에이치) 활동을 통해 농업의 또 다른 가치를 경험했다.
“우리 동네서는 30대 농업인이 손에 꼽히지만, 4-h에 가면 저와 비슷한 청년들이 수십 명 있어요. 거기서는 자연스럽게 농업 이야기를 나누고, 수익 작물 정보도 공유하게 됩니다.”
그는 4-H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장점으로는 동종업계 청년농업인과의 네트워킹, 수익성 높은 작물 정보 공유, 다양한 기회 발굴 등을 꼽았다. 바쁜 농사 일정 속에서도 활동을 이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업기술센터 양선영 과장은 “청년농업인은 단순히 농사를 짓는 것을 넘어, 지역 농업을 지켜내는 핵심적인 후계자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도 청년농업인 단체는 농촌의 든든한 기반이자,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구심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4h우수과제 육성사업에 선정돼 4천만 원을 지원받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양기원 대표는 “개인 자금만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공모사업 덕분에 가공시설을 확충할 수 있었다. 원래는 고춧가루만 생산했으나, 지원사업 계기로 들깻가루, 참기름, 들기름, 미숫가루 등 7개 품목으로 가공 제품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단일 품목에 의존하던 한계를 극복하고, 로컬 직매장뿐 아니라 백화점 아웃렛까지 판로를 넓히며 농가 소득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백화점 판매는 브랜드 인지도와 홍보 효과는 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0억 원 목표
“청년농업인들이 농업을 선택할 때는 돈을 벌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무엇을 포기할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잠을 포기했습니다. 남들보다 두 시간 먼저 일어나고 두 시간 늦게 자며 성실함을 보여주니, 어른들이 믿어주고 기회를 주시더군요.”
가공 산업에 도전하며 매출 10억 원을 목표로 달려가는 양기원 대표의 말이다. 그는 농사와 더불어 가공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양 대표는 지난해 백화점, 아울렛 등 오프라인 판매처를 확보하는 데만 8개월을 투자했다. 이어 올해 3월부터는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본격적인 판로 다각화에 나섰다.
“작년에 비하면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성과가 보이네요.”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10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