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농산물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순간이 있다. 우리 식탁의 다양성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품종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온 농촌진흥청의 노력이 그렇다.
특히 고구마 분야에서는 맛, 기능성, 재배 안정성에서 국산 품종이 외래품종을 앞지르며 국내 점유율 41%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몇 달 전 당진의 청년농업인 최찬호 대표를 취재하며 ‘호풍미’ 고구마를 처음 접했다. 그닥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선물할 생각으로 차 트렁크에 두었는데, 일주일이 지나 신선도가 걱정되어 일부는 이웃에 나누고 남은 것은 어쩔 수 없이 직접 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 뜻밖의 고구마 맛을 알게 됐다. 쪄서 먹어도, 식혀 먹어도 변함없이 깊은 단맛과 촉촉한 식감이 살아 있었고, 김치나 쪽파나 파슬리·올리브오일·간장을 섞어 얹어 먹어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어느새 껍질째 먹는 호풍미 고구마는 내 식탁의 일상이 되었다.
호풍미는 병해에 강하고 이상기후에도 안정적으로 수량을 확보해 농가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아직 소비자 인식은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랜 시간 외래품종에 익숙해진 입맛 때문이다. 하지만 설향 딸기가 그러했듯, 뛰어난 품질을 갖춘 국산 품종은 결국 시장의 선택을 받는다. 호풍미뿐 아니라 소담미, 진율미 고구마가 그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리라 기대한다.
뤼이뷔통, 구찌, 샤넬처럼 이름만 들어도 신뢰를 주는 브랜드가 있듯, 우리 고구마도 품종 이름 자체가 하나의 가치가 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흔들림 없이 대응하며 쉼 없이 연구를 이어온 우리 농촌진흥청 연구진의 헌신이 있다. 이들의 묵묵한 노력이 국산 농산물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음을,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본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정성, 그리고 이를 알아보고 응원하는 소비자의 선택이 함께 만들어간다. 앞으로도 본지는 그 노력의 가치를 발견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
문학박사 최서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