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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농업기술센터

정읍시 농업기술센터 강용원 소장

“지황 농가의 자부심, 지역의 살아있는 유산 만들 터”

조선 시대 왕실 진상품이자 『동의보감』의 핵심 약재로 꼽혔던 ‘정읍지황’이 그 역사적·농업적 가치를 인정받아 제20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번 지정은 한 지역 특산물의 명성을 넘어 전북 정읍의 비옥한 토양 위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 재배 방식과 지황을 중심으로 형성된 독특한 농업문화 경관이 보존해야 할 소중한 국가적 자산임을 공식 선포한 것이다.

이번 성과는 정읍 지황의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문헌 고증과 현장 조사를 병행하며 체계적인 지정 절차를 이끌어온 정읍시농업기술센터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강용원 소장은 “무엇보다 기쁘고, 우리 직원들이 지황 농업인들과 오랫동안 한마음으로 발을 맞추며 정성을 쏟아온 결과”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전통 재배 기술의 보존과 현대적 보급에 앞장서며 지황 농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해 왔다. 이번 유산 지정을 계기로 정읍 지황을 세계적인 농업 브랜드로 육성하고 지역 농업인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강 소장은 “앞으로 지황 농업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전통농업에 첨단 뷰티·식품 산업을 결합하여 정읍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지황 메카’로 도약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호는 1530년 문헌 기록부터 주민들의 생생한 구술,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구증구포’의 전통까지, 정읍 지황이 걸어온 500년의 시간을 짚어본다.

 

정읍 지황의 역사성(국가중요농업유산 가치)

정읍 지황의 뿌리는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530년(중종 25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조선 전기 지황이 전국적인 약재로 재배되었음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전라도 내 흥덕, 임실, 남원 등 인근 지역의 재배 사실이 뚜렷해, 당시 정읍에서도 지황 농업이 활발히 이뤄졌음을 뒷받침한다.

 

특히 옹동면 저상마을 주민들의 구술에 따르면, 정읍에서는 이미 1820년대부터 지황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1907년 ‘대순진리회 전경’, 1948년 ‘대동천자문’ 등 근현대 기록에서도 정읍 지황의 존재는 선명하게 확인되며,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을 인정받아 1992년 농림부로부터 공식 주산단지로 지정됐다.

정읍 지황은 1960~70년대에 옹동면 주민들이 각 가정에서 직접 숙지황을 제조했고, 1990년대에는 전국 지황 생산량의 70%를 점유할 만큼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했다. 1970년 갑진제약사가 설립된 데 이어, 1990년에는 칠보농협 옹동제약의 숙지황 제조가 허가되면서 정읍은 단순 재배지를 넘어 대한민국 지황 가공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전통 방식의 계승이다. 정읍 숙지황은 생지황을 술에 담갔다가 쪄서 말리는 과정을 아홉 번 반복하는 ‘구증구포九蒸九曝’ 방식을 현재까지 고집스럽게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정성 어린 가공방식은 정읍 지황만의 독보적인 품질을 만드는 비결이자,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농업 유산이다.

 

재배 생산성 향상에 주력

2025년 기준 정읍의 지황 재배 규모는 43농가, 32ha에 달하며, 정읍 쌍화차 거리와 연계한 독특한 로컬 브랜드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

정읍지황연구회와 약용작물연구회를 중심으로 정읍 지황은 ‘칠보농협 옹동제약’이 일괄 수매하는 안정적인 유통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지황 작물의 고질적 문제인 습해와 연작장해를 극복하기 위해 정읍시와 사업단은 매년 재배 교육 및 선진지 견학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시설하우스 재배와 톤백 재배 등 종근의 안정적 수량 확보를 위한 실증시험을 지속하며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추진과 전통 농법 복원

정읍 지황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재배 농가와 협력하여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추진하면서 자문위원회, 현장 심사, 주민 서명운동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통 농법의 복원이다. 지황 농가들과 함께 농업기술센터 정상호 치유농업팀장은 자귀나무와 볏짚 피복을 이용한 전시포를 운영하고, 연작피해 방지를 위해 4~5년 주기의 윤작(고추, 생강 등) 시험포를 구축해 전통과 과학을 접목한 농법 보존에 힘썼다.

 

‘정읍 쌍화차’ 문화의 확산과 가공상품의 다변화

1980년대부터 형성된 정읍쌍화차거리는 현재 20개의 전문 찻집이 밀집한 지역 대표 특화거리로 성장했다. 정읍 관내 전체로 보면 47개소의 찻집이 운영 중이며, 동의보감 기준 10가지 약재에 더해 각 점포만의 비법으로 15~20가지 약재를 배합한 독창적인 쌍화차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지황의 소비 확대를 위해 재배농가들이 지황차, 지황떡 등 가공상품을 개발했고, 정읍시는 건국유업과 업무협약을 통해 쌍화라떼, 쌍화요거트, 지황 펫트릿 등의 상품을 개발했다. 이어 둥지쌍화탕과의 기술이전 협약을 통해 건국유업의 제조기술을 이전했다. 이외에도 지황양갱, 지황홍삼스틱, 쌍화초콜릿, 지황스낵, 시리얼, 쌍화 누룽지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했다는 것이 대단한 성과이다.

 

LA 한인축제서 ‘완판 행진’… 1억 7천만 원 규모 수출 달성

지난 2025년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미국 LA 현지에서 정읍 지황 가공상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특히 세계적인 한인 행사인 ‘LA 한인축제’에 정읍 지황 가공상품 홍보부스를 운영, 현지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읍쌍화차, 정읍 숙지황, 지황스낵, 쌍화누룽지 등 정읍의 대표 가공식품 1억 7,000만 원 규모의 수출을 진행했다.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고 해외 시장의 안정적인 유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도 돋보였다. LA 소재 대형 유통업체인 ‘홈쇼핑월드’, ‘제일녹용건재’, ‘한남체인’과 연간 20만 달러 규모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판촉 활동과 동시에 현지 시장조사를 철저히 수행했다. 미국 현지의 소비 트렌드와 복잡한 유통 구조를 자세히 분석하고, 실제 구매 고객의 반응을 데이터화했다.

강용원 소장은 “수집된 현지 시장의 고객 반응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시장진출 및 타겟 마케팅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하여, 정읍 지황 가공상품이 글로벌 웰빙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공, 유통, 관광 결합한 융복합산업 탈바꿈

농산물 생산에 머물렀던 지황을 가공, 유통, 관광이 결합한 고부가가치 융복합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며 지역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정읍시 농업기술센터와 지황융복합사업단은 지난 2022년부터 ‘지황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재배 농가와 산업 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산업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온라인‧대중매체 등을 통한 마케팅 홍보, 지황 관련 경영체 지원 사업, 숙지황 판매소비 촉진 프로모션, 농촌관광 체험프로그램 개발, 정읍 쌍화차 거리 활성화를 위한 축제 등을 추진했다. 특히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통한 제품 개발, 제조가공업체의 홈쇼핑 진출 지원, 포장 디자인 개발, 해외 시장 진출, 기술 이전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단순 원물 생산이 아닌 가공‧유통‧수출로 이어지는 정읍 지황 산업의 구조를 마련하고, 산업 전반의 고부가가치화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달라지는 지황 사업

정읍시는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에 따른 3개년 예산을 투입하여 보전관리 시스템 구축(지황 농업 보전관리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지황 농업 아카이브 자료 수집, 지황 농업 거버넌스 구축), 전통 농법 보전(전시관 조성, 농업유산 지킴이 육성), 가치인식과 상생(정읍 지황 사용 인증제 수립, 스토리텔링, 브랜딩)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강용원 소장은 “체계적인 보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전통농업의 계승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 정읍 지황농업의 역사적‧산업적 가치를 확산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 살아있는 유산

“‘지정보다 앞으로의 보전과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단계적인 추진전략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유산의 가치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적으로 활용하고 확산시켜 지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강 소장은 “‘정읍 약용치유 융복합지구’와의 연계를 통해 ‘약용치유네트워크협의체’를 구성하여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농업유산 보전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되는 역동적인 자산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뒤 “정읍 지황 농업유산이 지역주민들의 자부심이 되고, 나아가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살아있는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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