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부 난방과 세밀한 환경 제어로 ‘탱글탱글한’ 딸기
“데이터 농업으로 고품질 딸기 생산”
어떤 농가는 5월에도 단단한 딸기를 생산하고, 어떤 농가는 수확을 포기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몸소 증명해 보이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양평군 딸기연구회 박혜선 회장이다.
대부분의 농가가 고온기 딸기의 품질 저하를 ‘날씨 탓’으로 돌리며 작기를 마무리할 때, 박 회장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그 비결은 철저한 데이터 기록과 작물의 생리 주기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이를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환경 제어 기술에 있다.
딸기도 사람처럼 환절기를 겪으며 체력이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마의 구간’을 데이터 기반의 세밀한 온도 조절과 관부 난방시스템으로 극복해냈다. 남들이 수확을 포기할 때 오히려 탱글탱글하고 새콤달콤한 고품질 딸기를 6월 혹은 7월까지 생산해내는 박 회장의 딸기 농사는 과학 영농의 표본을 제시하고 있다.
양평군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김재관 과장은 “최고의 품질을 향한 양평 농가들의 끊임없는 혁신과 노력이 오늘날 양평 딸기의 자부심을 완성했다고 봅니다. 양평의 명품 딸기를 향한 농가들의 헌신과 딸기연구회원들의 뜨거운 열정은 우리 농업을 지탱하는 가장 큰 동력입니다. 신뢰와 지지를 보내며, 언제나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혜선 회장은 기술 농업이 무엇인지 증명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명품 ‘양평 딸기’ 우수성을 지켜나가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과 노력을 딸기연구회원들과 공유하며 양평 딸기농업의 미래를 밝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된다는 말 대신 도와주겠다는 양평군 농업기술센터
대기업 임원으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남편의 은퇴 후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일”을 하자며 귀농했다.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귀농 프로그램을 섭렵했고, 남편은 방통대 농학과 편입에 대학원까지 진학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지원책이 많은 지역부터 땅값이 저렴한 지역까지 수십 번 둘러보며 고민하며 상담했을 때, 다른 지역 관계자의 부정적인 반응과 달리 “어떻게든 도와드릴테니 양평으로 귀농 오시라”는 양평군농업기술센터의 한마디가 이들을 이끌었다.
박혜선 회장은 “연고도 없는 양평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농업기술센터와의 긴밀한 소통이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했다.
특히 “과거 화재로 농사를 포기하려 했을 때, 김재관 팀장(현 과장)이 ‘칼을 뽑았으면 휘둘러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격려하고 친환경농업 보조 사업을 연결해준 덕분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센터의 전폭적인 도움 덕분에 현재의 1,000평 규모(재배동 및 체험장 포함) 하우스를 새로 짓고 본격적인 딸기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모든 재배 과정 엑셀로 기록
박혜선 회장은 1,000평의 딸기 농장에 관해 자신의 기억력을 믿는 대신 모든 생육 환경과 운영 등의 기록을 엑셀로 저장했다. 이러한 습관은 농촌진흥기관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예를 들어 보온커튼 시범 사업 당시, 대다수 농가가 막연하게 좋다고만 말할 때 박 회장은 설치 전후의 정밀 비교를 데이터 수치로 제시했다.
딸기 알보다 ‘식물 자체’가 우선
농가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딸기 알의 크기를 키우는 데 급급할 때, 박 회장은 식물 자체인 본묘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식물이 건강하면 억지로 영양제를 쓰지 않아도 딸기 열매의 표면에서 자연스러운 윤기가 나고 경도가 단단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일반적으로 딸기 농장에서 부분적으로 식물이 죽거나 병해충 관리에 실패하는 이유는 기본인 본묘 관리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체력을 키운 식물은 결과물로 보답한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가 건강하듯, 딸기 식물 자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에 기반하여 최적의 환경 조건을 맞춰 주니까, 딸기는 자연스럽게 광택이 나고 단단해졌죠. 덕분에 다른 농가들이 무르기 시작하는 시기에도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며 6월 말까지 장기 수확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양평군농업기술센터 교육의 힘
농업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주변 농가에서 흔히 들려오는 ‘이게 좋다더라’, ‘저게 효과 있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을 철저히 배제했다.
대신 양평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받은 교육을 교과서처럼 실천했다. “농사를 몰랐기에 오히려 교과서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쉬웠다”며 원칙을 지키는 농법을 고집했다. 근거 없는 비법이나 요행 대신 정석을 따르는 방식이 데이터 농업을 완성했고 실패없는 딸기 농사로 이어졌다.
온습도 관리로 6월 말까지 수확
대다수 농가가 기온이 오르는 4~5월이면 딸기가 물러져 수확을 포기하지만, 박 대표는 6월 말(심지어 7월 초)까지도 고품질 딸기를 생산해낸다.
비결은 완벽에 가까운 온습도 관리다. 외부 기온 변화에 맞춰 정밀하게 환경을 제어한 덕분이다. 실제로 작년에는 6월 21일까지 수확을 이어갔다. 당시 딸기의 상태와 경도가 너무 좋아 주변에서 ‘7월 중순까지도 거뜬하겠다’는 평을 들었지만, 넘치는 수확량 때문에 어깨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체력이 한계에 부딪혀 수확을 멈춰야 했을 정도였다.
이곳 딸기 농장의 또 다른 핵심은 ‘온습도 관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센서보다 훨씬 고가의 정밀 센서를 도입해 하우스 3개 동을 각각 별개로 관리한다. 특히 딸기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습도’를 잡기 위해 세밀한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딸기 작물의 생리 주기를 잘 활용
박혜선 회장은 딸기를 단순히 기온에 반응하는 작물이 아니라, 고유의 생리 주기를 가진 생명체로 대한다. 딸기도 사람처럼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2월 말 환절기가 오면 딸기도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일시적으로 체력이 떨어집니다. 저는 ‘감기 시즌’이라 표현해요. 이때 경도가 잠시 나빠지는데, 농가들은 이 모습을 보고 ‘이제 올해 농사는 끝났다’고 판단해 작물을 걷어내고 다른 작물로 전환해버리죠. 하지만 이건 딸기가 고온 적응기로 들어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박 회장은 “약 보름(15일) 정도 잘 관리하면 딸기가 다시 스스로 기운을 차리고 단단해진다. 이 보름간의 적응기 동안 포기하는 대신, 관부 난방과 환경 제어를 통해 딸기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집중 케어한다. 작물의 생리적 리듬을 믿고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며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부난방’과 정밀한 환경 제어
박혜선 회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는 ‘관부 난방’과 능동적인 환경 제어다. 하우스 전체 공기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딸기의 심장부인 ‘관부(줄기와 뿌리가 만나는 지점)’의 온도를 직접 제어하는 방식이다. 밖이 제아무리 따뜻해도 환경 제어 시스템을 통해 식물이 느끼는 체감 온도를 낮춰주는 것이 핵심이다.
박혜선 회장은 “날이 덥다고 하우스를 무조건 열어두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외부 기온이 십 몇 도 수준일 때도 식물에게는 춥거나 혹은 과하게 뜨거울 수 있음을 인지하고, 창을 여닫는 타이밍과 환경 제어 장치를 세밀하게 운영하는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생을 꿈꾸는 리더
박혜선 회장의 리더십이 빛나는 지점은 ‘상생’에 있다. 양평 딸기연구회장을 맡아 본인의 성공 노하우를 혼자만 간직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료 회원들과 재배 기술과 데이터를 아낌없이 공유한다.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한 농장만 딸기가 좋다고 해서는 사람들이 양평을 찾지 않는다. ‘양평에 가면 어느 농장을 가도 딸기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야 지역 전체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는 논리다. 양평 딸기라는 공동체 브랜드가 강해져야 개별 농가도 함께 생존할 수 있다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박혜선 회장은 “양평 딸기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더 많은 사람이 양평을 찾는다. 감에 의존하던 관행 농업을 숫자가 증명하는 과학 농업으로 회원들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애 원예기술팀장은 “데이터 농업을 회원들과 공유하며 경쟁력 있는 양평 딸기 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연구회장이다. 박혜선 회장은 밤낮으로 공부하며 과학적 농업을 실천하는 분이며 딸기연구회원들과 함께 경쟁력 있는 양평 딸기를 생산하는 멋진 회장”이라고 칭찬했다.
정직한 관리가 명품을 만든다
현재 박 대표는 재배한 딸기를 체험(30%)과 직거래(70%)를 통해 판매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인생 딸기’라고 극찬받고 있다. 써니베리팜 딸기는 네이버 스토어 등 온라인에서도 연일 극찬을 받는다. “어떻게 이런 색깔과 윤기가 나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건강한 모종을 선택하고 본묘 관리도 기본에 충실하게 관리한다고 답했다.
박혜선 회장은 “딸기 농사는 마라톤과 같다”고 말한다. 하루도 쉬지 않고 식물의 상태를 살피며 최적의 조건을 맞춰 주는 정직함. 그 모성애를 닮은 농심農心이 양평 딸기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최현경 팀장 역시 “구축한 정밀 온습도 데이터와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은 방문객에게 가장 쾌적한 체험 환경을 제공하는 밑거름이 된다. 과학적으로 관리된 건강한 딸기 본묘들이 뿜어내는 생명력이 방문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딸기 농장이 누군가에는 놀이터가 되고 누군가에는 쉼표가 된다. 박 회장은 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가공 전문가 과정을 마스터했다. 딸기를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과 6차 산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기초부터 전문가 단계까지 교육을 섭렵한 것이다. 이는 농장을 단순히 작물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방문객이 머물며 에너지를 얻는 치유농업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준비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평의 딸기 하우스는 이제 맛있는 열매를 넘어 지친 현대인을 보듬는 치유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4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