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8 (금)

  • 맑음동두천 15.4℃
  • 맑음강릉 18.0℃
  • 맑음서울 14.1℃
  • 맑음대전 15.9℃
  • 맑음대구 16.7℃
  • 맑음울산 16.9℃
  • 맑음광주 15.9℃
  • 맑음부산 18.0℃
  • 맑음고창 15.2℃
  • 구름많음제주 17.1℃
  • 맑음강화 15.2℃
  • 맑음보은 14.5℃
  • 맑음금산 15.3℃
  • 맑음강진군 16.6℃
  • 맑음경주시 17.7℃
  • 맑음거제 17.5℃
기상청 제공

귀농/도시·치유농업

<기획> 번아웃에서 선택한 농업의 매력이 무엇일까?

청년농업인 조미혜 대표, 표고버섯

우리 품종 ‘참아람’ 표고버섯을 생산하는 조미혜 대표의 재배사에는 생동감이 넘쳤다.

 

갓 수확한 오동통한 표고의 진한 향을 맡으며 “힘들지만, 직장 생활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미혜 대표는 “직장 생활에서 농업을 선택하는 것이 너무 훅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도전하는 용기가 원동력이 되어 매년 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표고 농사에 만족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청양군농업기술센터 류원균 소장은 “조미혜 청년농업인의 활약은 개인 농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재 청양군 4H연합회 총무라는 중책을 맡아 지역 청년 농업인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혼자 잘 사는 농부가 아니라 지역 청년들과 함께 성장하려는 청년농업인들의 마음이 모여 더 좋은 농업농촌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아낌없이 응원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혜 대표의 표고버섯은 지역농협 공선회를 통해 이마트와 노브랜드, 쿠팡 등에서 판매되며, 개인적으로는 ‘농협몰’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10년의 직장 생활 끝에 마주한 번아웃에서 농업을 선택했고,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청년 농업인으로 성장하는 청년농업인 조미혜 대표의 표고버섯 농사의 매력은 무엇일까?

 

작목 선택의 기준

조 대표가 농업을 선택한 계기는 역설적으로 ‘생존’이었다. “직장 생활을 10년 정도 하면서 공황장애가 올 것 같았다. 내 잘못이 아닌데도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그래서 도망치듯 떠난 자리에서 농업을 만났다”고 말했다.

 

농업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주도하는 정직한 삶’이었다. 농업을 단순한 귀농이 아닌 ‘생명산업’이자 생업으로 바라본 조미혜 대표는 작목 선택부터 남달랐다. 막연한 동경 대신 본인의 상황에 맞춘 ‘7가지 작목 선택 기준’을 세웠다.

 

여성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웠는데, 첫째, ‘무게’였다. 고구마나 감자처럼 한 박스를 드는 데 힘이 많이 드는 작물은 여자 혼자 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단위 무게가 가벼운 작물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둘째, ‘연중 생산’이다. 직장인의 월급처럼 수입이 끊기면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에 사계절 내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원했다. 셋째는 ‘희소성’이다. 대부분의 귀농 청년들이 많이 몰리는 딸기나 토마토는 물량 과잉이 우려되어 제외했다.

 

이처럼 자신만의 7가지 기준을 설정하여 모두 통과하고 최종적으로 남은 운명 같은 작물이 바로 ‘표고버섯’이었다.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닌, 스스로 세운 기준에 따라 삶을 설계하는 과정 자체가 번아웃을 극복하는 치유의 과정이었다.

600시간의 교육과 멘토링이 만든 기초 체력

농업을 선택한 이후는 거침없었다. 서울, 전라도, 강원도를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며 600시간에 달하는 농업 교육을 이수했다. 특히 청양군에서 진행된 귀농 교육을 통해 만난 멘토와의 인연은 결정적이었다.

 

멘토의 농장을 1년간 임대해 오전에는 재배 기술을 배우고, 오후에는 배운 것을 자신의 농장에 그대로 적용하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이론과 실기를 병행한 1년의 ‘인큐베이팅’ 기간과 청양군농업기술센터의 배양실 지원이 지금의 단단한 기반을 만든 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청년농업인 영농 디딤돌 지원사업, 배양실 시설

현재 표고버섯 농장에는 청양군 농업기술센터의 ‘청년농업인 영농 디딤돌 지원사업’으로 100평 규모의 배양실이 가동 중이다. 현재 배양실을 가득 채운 2만 2,000개의 상면 배지는 세심한 온도 관리 속에 버섯으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염된 배지는 다른 배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즉시 골라내 폐기한다. 친환경 재배를 위한 타협 없는 고집이다.

 

배양실에서 충분히 자란 배지는 4월부터 9~10월 사이에 순차적으로 실제 버섯을 수확하는 ‘재배사’로 옮겨진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이동시키는 것이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입식 후 ‘공작업’이 고품질 결정

배양실에서 재배사로 입식한 후 가장 중요한 과정은 약 15~20일 간격으로 두 차례 진행되는 공작업이다. 이는 배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고 적절한 충격을 준 뒤 배지를 뒤집어 물을 빼주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처음 입식할 때 흰색이었던 배지가 전체적으로 건강한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배지의 갈변 현상을 확인해야 비로소 버섯을 틔울 모든 준비가 끝난 것으로 본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배지만이 단단하고 향이 짙은 표고를 생산할 수 있다고 조 대표는 강조했다.

 

배지는 1.6kg짜리다. 처음 입식할 때는 비닐 안에 꽉 차 있던 배지가 한 번 수확할 때마다 조금씩 쪼그라든다.

“자기 몸의 영양분을 버섯에 다 내주고 나면 힘들어서 점점 작아지는 거죠. 보통 한 배지에서 0.4kg 정도를 수확하는데, 이를 6번에서 8번 정도 수확합니다.”

“이렇게 수확한 겨울 품종 버섯이 ‘참아람’이다. 여름에는 ‘산조 701’ 같은 품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표고버섯 생산

노력은 숫자로 증명됐다. 지난해 2단 재배사 단 한 동에서 거둔 최고 수확량은 회차당 1.1톤에 달한다.

특히 10월에서 11월 사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겨울 버섯은 날씨 덕에 육질이 단단하고 품질이 뛰어나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다.

 

고생한 만큼 돌아오는 정당한 대가는 농부를 웃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재배 비결을 묻는 말에 ‘정답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농가마다 처한 버섯재배사의 온도, 습도, 바람의 방향 등 환경이 제각각인데, 온습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배사에서 내민 버섯은 갓이 예쁘게 갈라진 ‘화고’였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그저 신기한 모양일지 모르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보물이다.

 

“똑같은 표고버섯이라도 화고는 식감이 달라요. 정말 쫀득쫀득하고 쫄깃쫄깃하거든요.”

고품질의 화고를 만드는 비결은 의외로 ‘지독한 건조’에 있었다. 습도가 90%까지 치솟는 새벽 재배사 환경에서도 일부러 버섯을 바짝 말린다. 갓 표면이 코팅된 것처럼 반짝거릴 때쯤 물을 주거나 환풍기로 바람을 맞히면, 버섯이 깜짝 놀라며 갓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밀당 농법’이라고 말했다.

 

지역과 함께 꿈꾸는 ‘대농大農’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고된 작업에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후회는 없다고 미소짓는다. 정성을 다해 키운 버섯이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고,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을 때 그간의 모든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청년 농부의 땀방울로 빚어낸 표고버섯은 단순한 농산물을 넘어, 정직한 노력이 만든 최고의 결실로 거듭나고 있다.

 

조미혜 청년 농업인은 멋졌다. 그래서 응원한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4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 팜앤마켓.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