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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도시·치유농업

<기획>오감을 깨우는 즐거운 치유정원, 함께 가 볼까요?

대전 1호 치유농업사 윤찬중 대표 “단순 체험을 넘어 ‘치유’로"

대전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시간이 한 템포 느려지는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옛 농촌의 풍경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는 곳. 그 한가운데,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특별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도 정겹다. ‘느티골 치유정원’. 여기에 대전광역시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조성된 ‘실버세대 맞춤형 치유농장’을 갖췄다.

대전 1호 치유농업사 윤찬중 대표가 운영하는 이곳은 자연을 매개로 사람의 기억을 깨우고, 감정을 회복시키는 ‘치유의 공간’이다.

 

대전광역시 농업기술센터 전소현 미래농업과장은 “대전광역시는 치유농업을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농업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중요한 분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대전시는 치매안심센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치유농업의 공공서비스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보건, 복지, 교육 분야와 연계를 더욱 강화해 정책적 기반을 다지고, 치유농업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추진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체험이 아닌 ‘치유’… 프로그램의 차별화

이곳이 일반 체험농장과 다른 점은 분명하다.단순한 체험을 넘어 ‘목적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치유농장은 어르신, 장애인 등 특정 대상에 맞춘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인지 건강 향상을 돕는다. 윤찬중 대표는 “일반 체험농장과 가장 큰 차이는 프로그램”이라며 “치유농업은 변화와 효과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장에서는 허브와 식용꽃, 다양한 작물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다진행된다. 꽃차 만들기, 화전 체험, 자연 산책 등 오감을 자극하는 활동들이 중심이다.

 

오감을 깨우는 매개체: 20여 종의 작물과 식용 꽃

2022년 농업기술센터의 ‘실버세대 맞춤형 치유농장 조성 시범사업’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틀을 갖췄다. 약 1,500평 부지에는 주말농장과 치유 공간이 공존한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어르신들의 기억을 소환하는 매개체들이다.

 

상추, 고추 같은 친숙한 농작물부터 페퍼민트, 애플민트 등 7~8종의 허브, 그리고 데이지와 팬지 같은 식용꽃까지 20여 종의 식물들이 치유의 매개체가 된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목화’다. 솜이불을 만들기 위해 목화를 재배하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어르신들은 금세 동심으로 돌아간다. 또한 직접 채취한 식용 꽃으로 화전을 부치고 꽃차를 마시는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인지 건강 향상과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작년에 어르신들을 위해 목화를 심었어요. 요즘은 보기 힘든 작물이지만, 우리 세대 이전 어르신들에겐 솜이불을 만들던 귀한 추억이죠. 제가 설명하기도 전에 어르신들이 먼저 ‘어머, 이게 목화네!’라며 반가워하세요. 옛 기억을 반추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인지 건강 향상의 시작입니다.”

윤찬중 대표는 “또한 식용꽃으로 화전을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다양한 색의 꽃을 활용한 체험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감성과 기억을 자극하는 활동이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 키운 팬지, 비올라, 데이지 등 20여 종의 식용 꽃으로 화전을 부치고 세 가지 색깔의 꽃차를 마시는 프로그램 역시 반응이 뜨겁다. 시각, 후각, 미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 과정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제공한다.

 

도심 속 자연, 그리고 사람

이 농장의 또 다른 강점은 ‘위치’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해 옛 마을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느티나무, 하천, 산책길이 어우러진 환경은 그 자체로 치유의 공간이 된다. 여기에 주말농장을 함께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한 치유 요소입니다. 이곳에서는 자연과 사람을 함께 경험할 수 있습니다.”

느티골 치유정원은 단순한 농장이 아니다. 마을 입구의 성황당 느티나무, 그리고 하천과 논밭이 어우러진 자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치유 공간이다.

기차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는 농막에 앉아 꽃차 한 잔을 나누는 시간. 대전 1호 치유농업사의 열정과 정성이 가득 담긴 이 정원은 도심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윤성훈 도시농업팀장은 “대전광역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학교, 복지기관, 시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조성된 치유농장의 활용도를 높이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5년부터 치매 유관기관과 연계한 현장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유농장 운영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프로그램 운영 경험과 농장 홍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대전에는 2급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이 1개소 지정되어 있으며, 센터에서는 프로그램 운영 시 치유농업사를 강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 인력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경험을 쌓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번의 체험보다 지속적인 치유가 중요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적지 않다. 윤 대표는 치유농업이 국민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고, 경제적 어려움이나 이동의 불편함을 겪는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치유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려면 최소 8회 이상의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단발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들이 개인 비용을 들여 이곳까지 오기도 쉽지 않죠. 기관과 연계된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치유농업이 진정한 복지의 일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윤찬중 대표는 “지금은 예산 문제로 단발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아쉽지만, 앞으로 이 공간을 내실 있게 꾸며 더 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선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농업기술센터 이청 치유농업 담당자는 “치유농업은 농업인의 소득 다각화뿐 아니라 시민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농업과 복지 기능이 결합된 산업이다. 특히 도시 근교에서 운영되는 치유농장은 접근성이 높아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경험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치유농업사 양성기관 지정과 협력기관 확대를 통해 전문 인력 양성과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치유농장의 운영 여건 개선과 프로그램 운영 역량 강화를 통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고 싶을 때, 흙을 만지고 꽃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 대전의 이 작은 치유농장은 조용하지만 깊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4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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