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대표는 “딸기는 내가 공부하고 일한 만큼 100% 소득을 보장해 주는 매력적인 작물”이라고 말했다. 기계에 의존하는 스마트팜 시대라지만, 결국 농사의 성패는 작물의 마음을 먼저 읽어내는 ‘먹이는 농사’에 달려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공주시 농업기술센터 남부상담소 유병관 팀장은 “오영훈 대표를 가리켜 배울 점이 많은 농가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받으면 그걸 본인 농장에 반드시 적용해보고, 자기만의 데이터로 정립한다. 그런 치열한 연구가 있었기에 가락시장에서 최고가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만 잘 먹고 잘사는 농사가 아니라 지역 농업 전체의 딸기 재배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죽기 살기로 노력한 이유
귀농 초기는 잔인할 만큼 가혹했다. 2002년 귀농해 야심 차게 시작한 양계장은 시작 한 달 만에 태풍으로 2 동이 날아갔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남은 사육장마저 처참하게 붕괴했다.
“사업 자금의 80%가 빚이었는데, 시작하자마자 다 무너졌으니 의욕 상실 정도가 아니었죠. 살기 위해 남의 땅을 빌려 벼농사 4,000평, 감자 1,000평, 고추, 밤농사까지 안 해본 게 없습니다. 하지만 돈이 안 되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습니다. ‘자존심을 세우려면 지식이든 돈이든 하나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는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지식’을 택했다. 딸기를 시작하며 10년을 목표로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진했다. 모르면 밤을 새워서라도 원리를 파악했고, 그 결과 지금은 딸기 전문가가 됐다.
‘주는 농사’ 아닌 ‘먹이는 농사’의 철학
오 대표의 성공 비결은 확고한 농업 철학에 있다. 그는 대다수 농민이 설정값에 의존하는 ‘주는 농사’를 지을 때, 작물의 상태를 미리 살피는 ‘먹이는 농사’를 고집한다.
“양계할 때도 그랬지만, 짐승이나 식물이나 주인 입만 쳐다보고 있거든요. 자식이 배고프다고 울기 전에 엄마가 밥을 챙겨주듯, 작물이 덥다고 처지기 전에 환기를 시키고 목마르기 전에 물을 줍니다. 온도, 습도, CO2수치를 미리 체크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양계장에서 배운 ‘생존형 디테일’입니다.”
그는 전기와 설비 전공을 살려 하우스 시공부터 전기 설비까지 직접 해낼 정도로 기술적 이해도가 높다. 특히 pH 조절을 위해 질산과 황산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등 데이터와 화학적 원리를 철저히 지키는 학구파 농업인이다.
“38,000주 중 20주도 안 죽는다”
현재 1,600평 중 재배동 900평과 육묘동 300평을 운영한다. 재배면적을 늘리기보다 부부가 관리할 수 있는 최적의 평수에서 최고의 품질을 뽑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일꾼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이 원하는 100%의 디테일을 타인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고집 때문이다.
특히 ‘자가 육묘’ 기술은 독보적이다. 38,000주를 키우면서도 죽어 나가는 묘가 20주도 안 될 만큼 완벽한 관리력을 자랑한다.
오 대표의 육묘 기술 중 가장 돋보이는 점은 화학적 데이터 관리다. 단순히 물과 영양제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액의 산도와 중탄산 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한다. 지역 지하수의 중탄산 수치가 140~150ppm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것을 잡기 위해 질산뿐만 아니라 필요시 황산까지 활용한다. 일반적인 농가들이 다루기 까다로워하는 강산强酸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최적의 흡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작물이 물을 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주는 것이 비법이라 말한다. 육묘기에는 환경 변화에 민감해서 배지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여 뿌리가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한다.
환기의 목적은 ‘기공氣孔’을 열어 물을 당기는 것
오 대표는 농가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로 ‘무조건적인 환기’를 꼽았다. 환기의 진정한 목적은 온도 낮추기를 넘어 식물의 ‘증산작용’을 돕는 데 있다는 것.
“뿌리에서 물을 당기려면 잎의 숨구멍(기공)이 열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해가 뜨기 전후의 온도와 습도를 기가 막히게 맞춰야 해요. 기공이 열려야 광합성을 하고, 내가 주는 물의 97%를 잎으로 뿜어내며 뿌리에서 새로운 영양분을 빨아올립니다.”
아침에 해가 나기 전, 하우스 내부의 습도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게 환기량을 조절한다. 그래야 낮 동안 식물이 지치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영훈 대표는 “온도와 환기는 비료보다 중요하다. 식물이 가장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온도를 찾아주는 것이 농부의 가장 큰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청과 전량 출하
수확한 딸기를 전량 ‘한국청과’로 출하한다. 한국청과를 고집하는 이유로 ‘꾸준함’을 꼽았다.
“가락시장 내 청과회사는 등락 폭이 심하지만, 한국청과는 가격이 꾸준합니다. 경매사와의 신뢰도 깊죠. 첫해 새벽 4시에 시세 보고하느라 전화한 경매사에게 ‘이 시간에는 전화하지 마라, 신뢰한다’고 말했죠. 서로 믿으니까 최고 품질의 딸기를 보냅니다.”
오영훈 대표의 딸기는 경도(단단함)와 윤기, 비대(크기) 면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많은 농가가 비싼 영양제와 호르몬제에서 답을 찾을 때, 오 대표는 “식물의 기본 생리인 ‘물의 흐름’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11월 말부터 4월 말까지 고품질의 경도를 유지하는 비결 역시 ‘식물의 생리’에 맞춘 정밀 제어에 있다.
“저는 누구한테 이야기를 들으면 반드시 직접 공부하고 제 농장에 적용해 봅니다. 전기 자격증을 따고 설비를 직접 하는 이유도 결국 제가 작물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농업인들에게 “당신은 건강한데 약을 먹느냐”고 반문했다. 작물이 아프기 전에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영훈 대표가 증명하고 있는 ‘먹이는 농사’의 실체였다.
제 인생의 로또는 가족
“빚 다 갚는 날 저녁 먹으면서 가족들과 울었습니다. 이제는 서른이 넘은 아이들이 ‘우리 아빠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해 줄때 농사꾼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아버지를 세종대왕 보다 더 존경한다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가 제 인생의 로또입니다.”
귀농하여 이제는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오영훈 대표는 “귀농한 사람에게 절대 좋은 땅은 안 옵니다. 저도 9필지로 쪼개진 척박한 땅에서 시작했죠. 하지만 공부하고 노력하면 길은 열립니다.”라고 말했다.
척박한 땅을 옥토로, 절망을 희망으로 일궈낸 오영훈 대표. 그의 딸기가 유독 달콤한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치열한 인생의 무게 덕분일 것이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5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