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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편집장의 글>화상병 방제는 농민의 지독한 부지런함과 집요한 관찰이 답이다

과수화상병과 사투를 벌이는 농민들의 하루는 전쟁과 다름없다. 병이 번지기 시작하면 수년간 정성껏 키운 과수원이 한순간에 매몰 처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균이 가장 활발한 5월 말부터 7월까지 농민들은 가장 긴장된 시간을 버티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배 농가 부부의 일상은 치열했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과수원으로 향해 나무를 살핀다. 하지만 새벽이라고 병징이 잘 보이는 건 아니다. 햇빛 반사와 이슬 때문에 오히려 감염 흔적을 놓치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저녁에 다시 과원을 돈다. 낮 동안 흘러나온 세균성 점액(누출액) 덕분에 병든 부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사람 눈은 빛에 따라 착시가 생기기 마련이라, 같은 나무를 봐도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부는 서로 구역을 바꿔 하루 두 번 교차 점검을 한다. 무려 2만 평 과수원의 나무를 수확기까지 매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화상병 예방은 결국 사람의 발과 눈으로 버텨내는 노동이다.

 

감염 의심 흔적이 발견되면 망설임도 없다. 조금만 의심돼도 바로 잘라낸다. 설사 어린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도 가지를 통째로 제거한다. 겨울철 전정(가지치기) 때도 의심 징후가 보이면 곧바로 가위를 댄다. 병든 부위만 일부 제거했다가는 균이 순식간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확량보다 과수원 전체를 살리는 길을 선택한다.

 

방제 작업 역시 사투에 가깝다. 고가의 밀폐형 SS기는 부담이 커 도입하기 어렵고, 많은 농가는 여전히 오픈카형 SS기를 사용한다. 약제가 얼굴로 몰아치면 고개를 들기조차 어렵고, 나무 윗부분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기계 바람만으로는 잎이 겹친 곳이나 과일이 밀집된 안쪽까지 약제가 충분히 닿지 않는다. 그래서 농민들은 SS기에 줄을 매달고 한 사람은 운전, 다른 한 사람은 직접 약대를 잡는다.

약제를 살포하며 나무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은 늘 위험이 따른다. 전방 주시가 어려워 와이어(덕 줄)에 다치거나 경사진 과수원에서 넘어지는 사고도 잦다. 첨단 기계화 시대라지만, 과수화상병 방제의 마지막은 결국 온몸이 부서져라 헌신하는 농부의 손이었다.

 

잘라낸 화상병 의심 가지조차 마음 편히 처리하지 못하는 현실도 안타깝다. 균 확산을 막으려면 즉시 매몰하거나 소각해야 하지만, 현행법상 현장 소각은 불법이고 매몰 처리 장소 확보도 쉽지 않다. “저 집 화상병 왔다”는 소문이 퍼질까 두려워 쉬쉬하는 농가들도 있다. 병보다 무서운 건 낙인과 평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 과수 현장은 말 그대로 총력전이다. 화상병은 단순히 농약만 뿌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과수원을 돌며 의심 가지를 과감히 잘라내고, 손으로 직접 약제를 밀어 넣는 지독한 부지런함과 집요한 관찰이 있어야만 버틸 수 있다.

 

이제는 정책도 현장의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농가가 발견 즉시 현장에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게 ‘농가별 소형 소각 시설’이나 ‘이동식 소각기’ 지원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화상병 예방을 위해 맨몸으로 사투를 벌이는 농가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비와 숨 돌릴 여유만큼은 제공돼야 하지 않겠는가.

 

발행인 | 문학박사 최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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