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농촌이 위기라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그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음성에서 새송이버섯 농사를 짓는 정종욱 대표는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닌 ‘사람과 신뢰, 규모와 유통이 함께 움직이는 비즈니스’로 바라보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왔다.
그의 농장에는 스마트팜 기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철학과 현장의 감각, 그리고 함께 살아야 산업도 지속될 수 있다는 상생의 가치가 담겨 있다.
기계보다 사람의 눈을 믿고, 경쟁보다 신뢰를 선택한 정종욱 대표의 이야기는 오늘날 농업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1차 산업’의 확신을 얻다
귀농 전에는 삼성전자 영업지원 부서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충주 지역을 담당했던 당시에 버섯 농가와의 인연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지속 가능한 일을 찾던 중 그가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1차 산업인 농업이었다.
“다른 비즈니스는 어려워질 수 있어도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초 통영으로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기술 멘토가 있는 음성을 최종 정착지로 선택했다. 모두가 부동산에 열을 올리던 2011년,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아파트 대신 농촌을 선택하며 버섯농사에 뛰어들었다. 초기 투자금은 총 5억 원 규모였다. 이 자금으로 1,000평의 땅을 사고 25평 재배사 10동(생산 시설 300평, 포장실 포함 400평)으로 본격적인 버섯 농사를 시작했다.
분업형 이원화 시스템으로 리스크 최소화
정 대표는 15년 전부터 ICT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지만, 결국 품질은 사람의 관찰과 경험이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정 대표가 선택한 첫 번째 성공 비결은 리스크를 최소화한 ‘이원화 시스템’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연중무휴 출하 구조다. 버섯 산업은 크게 종균 배양과 생육(재배)분야로 나뉘는데, 배양 시설까지 모두 갖추려면 초기 투자비만 수십억 원이 든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술적 스승인 ‘자연농원’으로부터 안정적인 국산 병 배지를 공급받아 생육과 출하에만 집중하는 분업을 택했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농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연중무휴 시스템을 완성했다. 배양소에서 32일간 성숙하게 배양된 배지가 농장에 입고되면, 그때부터 수확을 거쳐 출하될 때까지 딱 17일이 소요된다. 15일째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가 17일째에 재배사 하나가 완전히 비워진다. 이 주기에 맞춰 매일 새로운 배지가 입고되고, 매일 버섯이 시장으로 나간다.

한 동(25평)당 표준 입상량은 7,000병이지만, 가격이 하락하는 한여름 비수기에는 입상량을 5,500병 선으로 과감히 줄인다. 무리한 밀식으로 인한 손실을 막고 품질과 이윤을 모두 챙기겠다는 비즈니스적 계산이다.
두 번째 노하우는 기계에 매몰되지 않는 현장 중심의 환경 관리다. 재배사 내부는 ICT 자동화 설비 덕분에 연중 주야간 15°C~17.5°C의 온도와 85% 이상의 습도가 유지된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계는 환경 기준을 잡고 위험 요소를 통제해 주는 보조 도구일 뿐입니다. 모니터 수치만 믿어서는 고품질 버섯을 절대 만들 수 없습니다.”
새송이버섯 재배의 핵심은 ‘사람의 눈’과 ‘환기’ 관리다. 버섯은 식물과 달리 광합성을 하지 않으며 사람처럼 호흡하기 때문에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환기 관리가 품질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외부 기후가 급변할 때는 기계 수치와 버섯이 느끼는 실제 환경 사이에 편차가 생긴다. 배지의 수분 함량이 85% 이상이라 자칫 과습해지면 세균에 오염될 수 있고, 너무 건조하면 생육이 멈춘다고 말했다.
15년간 가락시장 ‘한국청과’로 100% 전량 출하
대한민국 농산물 유통의 중심지인 가락시장 ‘한국청과’와 15년간 쌓아 올린 철옹성 같은 신뢰, 그리고 시장의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출하 철학’이 농가 경영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약 3년 전 코로나19로 전 국민과 농가가 무척 힘들었을 때 한국청과가 큰 힘이 되어 줬습니다. 회사도 힘들 텐데 1억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선도금 제도’를 최초로 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정종욱 대표의 출하 철학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경매 가격을 대하는 태도다. 그는 15년 동안 경매사에게 “왜 내 버섯 가격이 이것밖에 안 되냐?”는 항의 전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내가 농장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버섯의 품질과 생산량뿐입니다. 일단 내 손을 떠나 경매장에 올라간 버섯의 가격은 시장 원리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청과에서 10년 연속 품질 1등을 달성했고, 현재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장 역할도 척척
정종욱 대표의 시선은 이제 농장을 넘어 지역 사회로 향하고 있다.
“귀농 초창기, 텃세 없이 받아준 주민들께 당연히 해야 할 보답입니다. 농촌 어르신들은 직불금 신청 같은 정부 정책이나 금융지원 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 안내를 놓치기 쉬운 어르신들을 위해 제가 직접 발로 뛰며 정보 격차를 줄이고 각종 농업 혜택도 꼼꼼히 챙겨드리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6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