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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편집장의 글> 농가가 원하는 것은 유창한 한국어가 아니다

농작업과 안전수칙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더 절실하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농작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언어만 익히고 와도 농촌은 훨씬 달라질 수 있다.

 

농촌은 지금 사람을 구하지 못해 농사를 걱정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과수 농사는 기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꽃을 따고, 열매를 솎고, 봉지를 씌우고, 수확하는 모든 과정에 결국 사람 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과수농가는 작업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적기에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농촌 인구는 줄고 고령화는 심해지는데, 현장에서 일할 사람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 현장에서는 불법 체류 인력을 쓰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농번기에 당장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 고용은 농가에도 큰 위험이다. 단속에 적발되면 벌금과 각종 행정 처분을 감당해야 하고, 농민들은 일하는 내내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한다.

 

그래서 많은 농가가 합법적인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간이 걸리고 초기 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농사를 위해서는 필요한 선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가들은 최저임금을 모두 보장해야 하고, 처음 두세 달은 사실상 농작업을 하나부터 가르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작업 내용을 설명하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작업이 다르게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쁜 농번기에 같은 설명을 반복하다 보면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농가가 외국인 계절근로자에게 바라는 것은 수준 높은 한국어가 아니다. 다만 작업 지시와 안전수칙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위험한 농기계 주변에서 “멈추세요”, “위험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같은 말조차 바로 전달되지 않는 현실은 농민들에게 또 다른 불안이다.

반면 한국어에 익숙한 숙련 근로자는 농가 사정과 제도를 잘 아는 만큼 또 다른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결국 농민들은 인력 부족과 관리 부담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이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단순히 인력을 공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입국 전에 기본적인 한국어와 농작업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농민이 농사를 지어야 할 시간에 교육부터 맡는 현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농업 시대를 말하지만 농사의 마지막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과일 봉지를 씌우고, 열매를 솎고, 수확하는 일은 아직 사람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 많다. 농촌은 지금 사람 때문에 버티고, 또 사람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우리 농촌은 사람이 없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무엇보다 농촌의 사람 문제부터 제대로 바라봐야 하지 않겠는가.

 

발행인 | 문학박사 최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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