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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농업/푸드테크

<오피니언>전통주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 주향미 협력의 의미

  • 등록 2026.07.12 15:59:56

향으로 완성하는 프리미엄 증류주의 원료, 국산 쌀 기반 양조 원료는 국내 주류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핵심 요소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증류주 전용 벼 ‘주향미’(밀양385호)는 전통주 산업의 품질 혁신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동시에 이끄는 전략 품종이다.

 

‘주향미’는 과일 향을 형성하는 에스터(ester) 성분이 풍부하여 증류주 제조 시 바나나, 사과, 꽃 향 등 복합적이고 고급스러운 아로마를 구현한다. 또한 기존 원료곡 대비 향과 풍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며,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에 적합한 품종으로 선발되었다. ‘금강1호’ 등 8개 품종과의 양조 비교 시험을 통해 선발된 계통으로, 아밀로스 함량은 16.3%, 단백질 함량은 7.3%, 도정률68.1%, 백미 완전립률은 74.1%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전분 구조를 바탕으로 균일한 발효와 품질 확보가 가능한 점도 특징이라 하겠다.

이처럼 ‘주향미’는 단순한 신품종이 아니라 국산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프리미엄 주류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원이다. 국산 쌀 소비 확대, 농가 소득 증대, 전통주의 고급화와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현재 하이트진로와의 협력을 통해 프리미엄 증류주 제품 개발이 진행 중이며, 대량 생산 공정과 병·패키지 설계가 병행되어 2026년 하반기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왜 국가기관이 대기업과 협력하는가? 결국 소규모 양조장의 몫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이 질문은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 제기다. 하지만 이번 협력의 출발점을 보면, 단순한 시장 경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주향미’는 기존 밥쌀 시장을 대체하기 위한 품종이 아니라, 증류주용이라는 새로운 용도를 전제로 개발된 원료다. 다시 말해, 기존 시장을 나누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

오히려 현장에서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좋은 술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는 점이다. 전통주 양조장은 그동안 유통망 부족, 브랜드 인지도의 한계, 소비자 접근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 놓여 있었다.

 

이 지점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등장한다. 대기업은 전국 단위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 해외 진출 채널을 바탕으로 ‘증류식 소주 시장 자체’를 확장할 수 있는 주체다. 시장이 커지면 소비자의 선택지는 넓어지고, 특정 제품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술로 관심이 확산 된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수제맥주 시장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렇다면 소규모 양조장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핵심은 원료와 시장의 변화다. ‘주향미’는 특정 기업에 한정된 자원이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산 가능한 품종의 확대이다. 향이 우수한 원료가 보급되면, 소규모 양조장 역시 이를 활용해 차별화된 증류주를 생산하고, 지역 기반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며,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 중심 시장으로의 이동이다. 시장의 기준 자체도 변하고 있다. 기존 소주 시장이 저가·대량·균일성 중심이었다면, ‘주향미’ 기반 증류주는 향과 원료, 스토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단순한 규모보다 개성과 정체성을 가진 양조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 원료 수급의 불균형, 가격 경쟁 압박 등은 실제로 관리가 필요한 문제다. 따라서 이 협력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원료의 개방적 공급, 지역 양조장의 참여 기회 확대, 협업 모델 구축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시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내부 경쟁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을 확장한 뒤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인가?

‘주향미’와 이번 협력은 후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시도가 진정한 기회가 될지 여부는 경쟁 자체가 아니라, ‘전통주 산업 구성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구조를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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