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업 안전이 경쟁력, 농업인이 다치지 않는 현장이 최고의 농업이죠”
농업은 흔히 생명을 키우는 산업으로 불리지만, 현장은 각종 위험요인이 그대로인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장이다. 반복적인 중노동과 농기계 사용, 농약 취급, 전기설비, 폭염까지 농업인이 마주하는 위험은 산업현장 못지않지만, 그동안 안전관리는 개인의 경험과 주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산시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농작업 안전을 행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특히 2023년 「아산시 농어업작업 안전재해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이후 관련 사업과 예산을 대폭 확대하며 농업인의 안전을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용 과장은 농작업 안전관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농업인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은 4대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고령·여성 농업인의 비중이 높아 사고 발생 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안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보장해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38년의 공직생활 동안 농업인이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행정의 본질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이며, 국가와 지자체가 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인들은 오랜 경험 때문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질 수 있다. 농작업 안전은 다른 사람이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농업인 스스로 먼저 실천해야 하며, 농업기술센터도 안전 컨설팅과 안전용품 지원, 교육 등을 통해 지속해서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건강하게 오래 농사를 짓는 것이 최고의 농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농업기술센터의 안전관리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례 제정으로 농작업 안전 체계 구축
아산시는 1997년부터 농업인건강관리실을 설치·운영하고, 2008년부터 편이장비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 6월 「아산시 농어업작업 안전재해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며 농작업 안전관리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조례 제정 이후 사업은 담당자의 의지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예산 확보와 사업의 지속성, 행정의 책임성을 갖춘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2023년 3개 사업, 8,500만 원 규모였던 사업은 올해 8개 사업, 2억9,800만 원으로 확대됐다.
이미용 과장은 “3년 만에 예산이 3.5배 늘어난 것보다 농업인 안전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이 달라진 것이 더 큰 변화”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확인된 위험요인은 경운기와 트랙터, SS기 등 농기계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계·장비 사고였다. 제초제와 병해충 방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약 노출 위험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폭염이 심화되면서 여름철 밭작업 중 발생하는 온열질환도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영농시설 전반의 전기설비 안전 문제도 다수 확인돼 올해 전기설비 안전개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위험요인 개선율 92.5% 기록
올해는 온열질환 예방요원 운영과 웨어러블 보조장비 보급, 전기설비 안전개선 등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으며, 컨설팅을 통해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한 뒤 결과를 측정하고 지속해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사업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심해지고 고령 농업인의 온열질환 사례가 증가하면서 추진됐다. 지난해 에어냉각조끼 보급 등을 통해 사업 필요성을 확인한 데 이어, 올해는 예방요원을 육성해 현장에서 예방수칙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상반기에는 농작업 안전재해 예방 지원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통해 110농가를 대상으로 1차 안전 컨설팅을 실시해 위험요인 282건을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261건을 개선해 92.5%의 개선율을 기록했다.
올해 컨설팅은 배 농가 64농가와 벼 농가 36농가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미끄럼 위험과 전기 콘센트 노출, 작업 중 보호구 미착용 등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확인됐다. 배 농가에서는 사다리 미끄럼방지테이프와 유인줄 반사테이프, 콘센트 보호커버 설치 등 비교적 간단한 개선만으로도 사고 위험을 줄이는 사례가 많았다.
이미용 과장은 “가장 큰 성과는 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견하고 개선사항을 먼저 제안하는 등 농업인들의 안전의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라며 “안전은 작은 위험을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의식이 바뀌면 행동도 함께 바뀐다”고 말했다.
현장 중심 안전문화 확산
농작업안전관리를 컨설팅 받는 농업인들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처음에는 바쁜 농사철에 왜 이런 컨설팅을 받아야 하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컨설팅받은 뒤에는 ‘우리 작업장에 이런 위험이 있었구나’를 직접 확인하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컨설팅의 필요성을 주변 농업인들에게 알리는 사례도 나타났고, 작목반과 연구회 등 단체 농업인들도 점차 관심을 두고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 현장에 지원된 안전용품에 대한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이 과장은 “큰 장비나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기 때문에 ‘편해졌다’, ‘안심이 된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배 농가에서는 유인줄에 반사테이프를 부착한 것만으로도 사고 위험이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안전용품 지원보다 농업인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용 과장은 “장비는 도구일 뿐이고 의식이 바뀌어야 행동도 바뀐다”며 “2006년부터 농업인 건강연구회를 조직해 연 4회 토론과 현장견학, 건강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농업인 안전365 캠페인’을 통해 올해 21회 706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활용한 홍보도 병행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농업인 스스로 현장에서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경험을 갖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인 안전실천 역량강화 교육은 농작업 안전재해 예방교육과 개인보호구 착용 등 참여형 실습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2회에 걸쳐 30명이 교육을 받았다. 이와 함께 농업인 안전리더 활동도 지원해 농업인 스스로 마을 안전을 지도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인 안전365 캠페인’은 교육 21회(706명 참여)와 기술확산 활동 22회를 통해 농업인 스스로 안전을 실천하고 안전문화를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웨어러블 보조장비 보급… 농작업 근골격계 부담 줄인다
아산시는 올해 농업용 상지 웨어러블 보조장비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팔과 어깨 등 상지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여주는 웨어러블 보조장비를 농가에 보급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맑은포도작목반 포도재배 농가 5곳과 개인 오이재배 농가 2곳 등 모두 7농가를 대상으로 보급했다.
사업은 3월 대상자 선정과 교육을 시작으로 4월 장비 구입, 5월 안전교육을 마쳤으며, 6월부터는 사전·사후 조사를 통해 장비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평가회를 열어 사업 효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포도와 오이 재배는 팔을 머리 위로 올린 상태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 어깨 회전근개 손상과 목·어깨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지 웨어러블 보조장비는 팔을 들어 올릴 때 근육의 부담을 분산시켜 장시간 작업 시 피로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오이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실증조사에서는 근육 피로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현장 적용 효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는 AI 기반 위험감지 시스템을 활용한 농기계 작업 중 이상상황 자동 감지 기술과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착용형 체온·심박 모니터링 장비, 고령 농업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저중량 전동 작업보조기기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산시는 2017~2018년 무인에어보트와 한손이식기 등을 현장에 적용해 노동부담을 30% 이상 줄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안전기술 보급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자율적 농작업 안전문화 정착 목표
아산시는 하반기 농작업 안전재해 예방사업의 주요 과제로 2·3차 안전 컨설팅 완료와 온열질환 예방요원의 본격적인 현장 활동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농업활동 안전사고 예방 생활화 시범 장비 보급과 영농시설 전기설비 안전개선도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별 컨설팅 결과를 농업인들과 공유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사업 개선방향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미용 과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안전이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한 농업 현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농업인 스스로 안전을 점검하고 서로 챙기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3~5년 안에는 컨설팅을 받은 농가가 이웃 농가에 안전관리 방법을 전파하는 자율적인 안전문화가 자리 잡고, 「아산시 농어업작업 안전재해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기반으로 한 지원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웨어러블 장비와 스마트 안전기술이 농업현장에 보편화돼 근골격계 질환과 온열질환으로 인한 농업재해를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7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