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업 안전, 선택 아닌 필수… 아산시 농업현장을 바꾸다
매뉴얼과 실천으로 만든 안전한 농장
농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안전’이었다
배나무가 줄지어 선 과원, 작업장으로 들어서자 장갑과 마스크, 보호안경 등 보호구가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고, 누구나 손만 뻗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돼 있었다. SS기 사용 순서와 점검요령, 관리방법 등을 적은 매뉴얼이 빼곡히 붙어 있다.
아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받은 교육자료는 파일철에 차곡차곡 정리돼 있었고, 이상기 대표는 필요할 때마다 이를 꺼내 보며 작업 순서를 다시 확인한다고 했다.
농장 한쪽에는 파손된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사다리에는 큼지막하게 ‘사용금지’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위험한 장비를 그대로 두지 않고 즉시 작업 현장에서 제외하기 위해서다. 배나무 곳곳에도 작업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안전표지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전은 말이 아니라 현장 곳곳에서 실천되고 있었다.
배드림농장을 운영하는 이상기 대표는 농사를 시작한 지 이제 2년째다. 농업 경력은 짧지만 농작업 안전만큼은 누구보다 철저하다. 아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의 농장에 맞게 하나하나 매뉴얼로 만들고, 이를 매일 실천하면서 농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이미용 과장은 “이상기 대표의 농장을 둘러보면서 여러 번 감탄했다. 농작업 안전은 교육을 받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천해야 하는데, 농가께서는 교육자료를 직접 매뉴얼로 만들고 작업장 곳곳에 적용해 누구나 안전수칙을 쉽게 지킬 수 있도록 체계화했다. 농업인이 스스로 안전문화를 만들어가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칭찬했다.
농사보다 먼저 배운 것은 안전이었다
직장 생활을 접고 실제 농사는 처음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당시 가장 먼저 아산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교육은 빠짐없이 참석했고, 강사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교육이 끝난 뒤에도 문자로 궁금한 점을 물으며 답을 받아 적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반드시 한 가지 일을 했다. 바로 ‘매뉴얼 만들기’였다.
꽃가루 채취부터 인공수분, SS기 운행, 방제기 관리, 농약 희석, EM·BM 활용까지 교육받은 내용을 자신의 농장에 맞게 번호를 매기고 순서를 정리했다.
교육이 끝나는 곳에서 안전관리는 시작됐다.
“교육받으면 그날 바로 매뉴얼을 만듭니다. 그래야 제 것이 됩니다. 매뉴얼이 있어야 반복하고, 반복해야 습관이 됩니다.”
그의 작업장 곳곳에 붙어 있는 수십 장의 안내문과 점검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농기계도 사람도 ‘표준화’ 해야 사고를 막는다
이상기 대표는 농작업 안전의 핵심을 ‘표준화’라고 말한다. SS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엔진과 방제기를 점검하고, 노즐 상태를 확인한 뒤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이 끝나면 세척과 관리까지 순서대로 진행한다. 이 모든 과정은 작업장 벽에 붙어 있는 매뉴얼 그대로다.
보호장비도 마찬가지다. 장갑은 어디에, 마스크는 어디에, 보호안경은 어디에 있는지 누구나 한눈에 찾을 수 있도록 정리했다.
작업자들은 출근하면 가장 먼저 장갑과 마스크부터 챙긴다. 휴대전화 가방과 개인 소지품 보관 장소까지 지정해 놓았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면 사고가 납니다. 작업 전에 모든 것이 준비돼 있어야 안전도 시작됩니다.”
그는 안전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반복되는 습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농업기술센터 교육은 농장에서 완성됩니다”
이상기 대표는 아산시와 아산시농업기술센터를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표현했다.
시는 정책과 예산을 마련해 주는 든든한 아버지이고, 농업기술센터는 농업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교육하고 챙겨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꽃가루 관련 장비 지원, SS기 구입 지원, EM·BM 공급, 농기계 안전교육 등 초보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원만으로는 안전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기술센터에서 받지만, 안전은 농장에서 완성됩니다. 농업인이 배운 것을 자기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교육자료를 수시로 꺼내 읽고, 새로운 교육을 받으면 기존 매뉴얼을 수정한다. 농장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안전교과서인 셈이다.
안전은 결국 농업인의 습관이다
이 대표는 농작업 안전의 핵심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작업 전 복장과 보호장비를 철저히 갖추는 것. 둘째는 교육받은 내용을 반복해 습관으로 만드는 것. 셋째는 농기계와 작업 순서를 표준화해 누구나 같은 방법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그는 “돈이나 명예보다 중요한 것은 목숨이다. 농업인이 다치지 않아야 농사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사를 시작한 지 불과 2년이지만, 이상기 대표의 농장에는 ‘경험’보다 ‘기록’이, ‘감각’보다 ‘매뉴얼’이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운 안전교육을 농장 곳곳에서 실천으로 옮긴 작은 습관들이 있었다. 작은 습관은 어느새 농장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안전망이 되고 있었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7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