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종자에서 시작된다.
농산물 가격도 중요하고, 스마트농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기술의 출발은 종자에서 시작된다. 어떤 품종을 심느냐에 따라 수량이 달라지고, 맛이 달라지고, 농가의 소득도 달라진다. 종자는 농업의 시작이자 경쟁력이다.
최근 한 민간 옥수수 육종기업을 찾았다. 연구포에서는 수백 개의 계통이 자라고 있었고, 연구원은 작은 생육 차이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포장을 오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옥수수밭이지만, 그곳은 새로운 품종이 태어나는 연구실이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은 국내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그 농산물을 키우는 종자가 모두 우리 손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상당수 작목은 해외에서 육성된 품종을 도입해 재배하고 있다. 검증된 품종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품종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길게는 10~20년이 걸리고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 시장에서 외면받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종자기업들이 오늘의 경쟁력을 갖게 된 것도 오랜 연구개발의 축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자를 수입하는 기업도 산업 발전에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품종을 끊임없이 육성하는 기업이다. 그래야 우리 농업도 기술을 축적할 수 있고, 세계 시장과 경쟁할 수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제 막 출발하는 민간 육종기업일수록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 높다는 점이다. 민간 육종기업은 초기에는 매출보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훨씬 큰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연구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지만 신생기업은 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사업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연구를 지속하고 시험포를 운영하며 연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면서 육종기업은 결국 연구보다 유통에 의존하게 된다.
육종은 단기간에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종자 하나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신생 육종기업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시험재배를 지원하는 정책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K-푸드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제는 K-종자가 그 뒤를 따라야 한다. 우리 손으로 개발한 품종이 우리 농가에서 재배되고, 다시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종자강국이라는 이름도 현실이 될 것이다.
오늘도 육종 시험포에서는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만드는 것은 단순한 씨앗이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다.
발행인 | 문학박사 최서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