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추 농사 2년 차, 탄저병 밭을 명품 고추밭으로 바꾸다
“유튜브보다 현장이 답이죠. 고추는 책과 영상만 보고 지을 수 있는 작물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현장에서 배우고, 전문가에게 묻고,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충남 공주시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며 노지 고추를 재배하는 조용호 대표는 올해 약 2,500평에 조생 극대과형 고추 1만 3,500주를 심었다. 고추 농사 경력은 이제 2년 차지만, 밭에는 굵고 균일한 고추가 빼곡하게 달렸다. 지난해 탄저병으로 농작물재해보험 처리까지 했던 밭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7월 23일 두 번째 수확이 한창이던 취재 당시, 지난해 탄저병 피해가 가장 심했던 약 5,000주 재배지에서는 병든 고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바로 옆에 새롭게 조성한 약 8,000주 재배지에서도 고사한 고추는 거의 없다.
지난해의 탄저병 피해에도 다시 도전해 철저한 예방 방제와 관주, 토양·양분 진단, 현장 중심의 공부로 반전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탄저병 밭에 다시 도전
현재 약 5,000주가 심어진 밭은 지난해 탄저병이 심하게 발생했던 곳이다. 주변에서는 병원균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밭에 다시 고추를 심는 것을 만류했다.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올해는 밭을 조성하는 단계부터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두둑을 만들고 로터리 작업을 할 때 탄저병 예방용 입제를 함께 처리했다. 병이 발생한 뒤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방제 순서를 정하고 등록 약제를 계획적으로 살포했다.
농약 판매점에 가서 재배면적과 물 사용량을 설명한 뒤 1차부터 4차까지 사용할 약제를 각각 구분해 포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정해진 순서와 살포 시기에 따라 계통이 다른 약제를 번갈아 사용했다. 한 업체에서 지속적으로 상담받은 것도 약제 성분의 중복과 잘못된 혼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조 대표는 “특정 약제 하나가 탄저병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며 “밭을 만들 때부터 예방하고, 약제 계통을 바꿔가며 정기적으로 방제한 것이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해 탄저병이 휩쓸었던 밭에서 올해는 탄저병이 발생한 고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패의 원인을 기록하고 방제 체계를 새롭게 세운 것이 올해 작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4월 중순 터널재배로 수확 앞당겨
올해는 수확시기를 앞당기고 초기 생육을 안정시키기 위해 터널재배를 도입했다. 고추는 4월 14∼15일께 정식했으며, 냉해를 막기 위해 약 한 달 동안 터널을 유지했다. 이후 5월 중순께 피복재를 걷어내 노지 상태로 전환했다.
일반 노지 조생종 고추는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지만, 터널재배를 통해 7월 초부터 첫 수확에 들어갔다. 첫 수확량은 약 20가마였다.
이후 장맛비가 이어지면서 두 번째 수확이 다소 늦어졌지만, 7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수확한 물량만 약 120가마에 달했다. 고추는 첫물보다 두물과 세물, 네물로 갈수록 수확량이 증가하는 만큼 앞으로 수확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재식거리는 약 40cm, 두둑 사이는 약 1.5m로 확보했다. 포기 간격은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두둑 사이를 넓혀 작업 공간과 통풍을 확보했다. 또한 고추가 한쪽으로 쏠렸을 때 지지력을 높일 수 있도록 일부러 지주를 사선으로 설치해 쓰러짐을 줄였다.
품종은 여러 시험재배 포장을 직접 살펴본 뒤 선택했다. 조 대표는 대과종이면서 수확이 빠른 품종을 선택해 초기 수량과 상품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노지 고추에도 관주시설은 필수
조 대표가 노지 고추 농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관주시설이다. 터널재배를 하지 않더라도 관주시설을 제대로 갖추면 생육을 안정시키고 수확량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추는 물이 부족하다고 바로 고사하는 작물은 아니지만 수분이 모자라면 생육이 정체되고 착과량이 감소한다. 고온과 가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자연 강우에만 의존해 안정적인 생산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조 대표는 “관주 없이도 고추를 재배할 수는 있지만 수확량을 생각한다면 관주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청양지역의 고추 농가를 찾아가 보니 농사를 잘 짓는 농가는 대부분 관주시설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기존 관정에서 나오는 물의 양이 충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오래된 관정 내부가 일부 막히면서 물이 조금씩밖에 나오지 않았고, 2,500평에 제때 물을 공급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5∼6월 초기 생육기에 충분한 물을 공급하지 못했다. 수분 부족으로 고추의 초장이 정상적으로 자랐을 때보다 약 30㎝ 짧았다고 말했다.
현재 과실은 많이 착과됐지만, 조 대표가 자신의 올해 농사에 매긴 점수는 60점에 불과하다. 7월 하순까지 고추 키를 1.8m 이상 키우고 상단부까지 착과가 이어져야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포기에 70∼80개 착과… 150개 이상 목표
7월 23일 현재, 고추 한 포기에 달린 과실은 약 70∼80개로 추산됐다. 일반적으로 한 포기에서 약 50개를 수확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미 평균을 넘어선 수준이다.
조 대표는 수확이 끝날 때까지 한 주에서 150개 이상을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초기 분지에 달린 고추뿐 아니라 7∼9분지 이상의 상단부에서도 과실 크기가 비교적 고르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추는 분지가 위로 올라갈수록 과실이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단부 과실만 크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생육 후반까지 물과 양분을 끊기지 않게 공급해야 상단부에서도 상품성 있는 고추를 생산할 수 있다.
조 대표는 1분지부터 10∼12분지까지 생육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관주와 추비량을 조절한다. 8∼9분지에 달린 고추도 하단부 과실과 비교해 크기가 크게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칼슘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대과종은 과실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수분과 칼슘 공급이 불균형하면 결핍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포장에서도 일부 과실에 칼슘 부족 증상이 확인됐다.
병든 과실이나 이상 증상이 나타난 고추는 발견 즉시 제거한다. 병든 과실을 그대로 두면 병원균의 밀도가 높아지고 건전한 과실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장점이 멈추는 ‘순멎이’도 세밀하게 관찰한다.
농업기술센터 현장 진단에 감동
조 대표의 재배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는 공주시농업기술센터 유병관 상담소장의 현장 진단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 상담소장은 포장을 처음 방문해 고추밭을 살펴본 뒤 조 대표가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던 5∼6월의 생육 문제를 짚어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추가 건강하고 과실도 많이 달려 있었지만, 전체 초장과 마디 길이, 생육 흐름을 살펴본 결과 초기 수분 부족으로 생육이 억제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조 대표는 “내가 미리 말하지 않은 한두 달 전의 수분 관리 문제를 밭만 보고 정확히 짚어냈다”며 “그때부터 유병관 상담소장과 농사 이야기가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깊이 있는 상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추밭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민간 업체를 직접 불러 토양 산도와 질소·인산·칼리 등 양분 함량을 측정했다. 잎 색이나 외관만 보고 비료량을 결정하지 않고 토양의 질소와 인산, 칼리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수치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측정 결과 당시 질소 수치가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질소·인산·칼리 가운데 질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료를 선택해 관주로 공급했다. 양분을 보충한 뒤 생육이 회복되면서 상단부로 새로운 마디와 과실이 이어졌다.
유병관 상담소장은 “농가가 스스로 전문 업체를 불러 토양과 양분 상태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지 포장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전국에서 벤치마킹 온다
주렁주렁 열린 고추는 다른 농가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의 농장은 다른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고추 농가들이 견학을 올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조 대표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추밭을 둘러보고 재배 방법을 묻는 모습을 보면서 농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패를 딛고 공부와 실천을 이어온 결과가 밭의 변화로 나타났다는 점도 자신감을 갖게 했다.
앞으로 올해 잘된 부분은 살리고 부족했던 부분은 하나씩 보완해 작황의 편차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기술도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 직접 시험하고 검증하면서 자신의 농장에 맞는 재배기술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농사는 노력한 결과가 눈앞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이 있다”며 “고품질 고추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생산비를 줄이면서 소득을 높이는 돈 되는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8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