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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농/품목별연구회

한국생활개선아산시연합회 김효숙 회장

“토종잔디의 가치 지키며 잔디 보급에 앞장”

농촌을 지키는 손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푸른 잔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포기, 한 포기 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몇 해를 기다려야 비로소 사람을 맞이할 수 있는 초록 융단이 된다. 충남 아산에서 40여 년 넘게 토종잔디를 재배해 온 김효숙 한국생활개선아산시연합회장은 부모 세대가 일군 잔디밭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제17대 생활개선회장으로 지역 여성농업인들과 함께 봉사와 교육, 공동체 활동을 이어가며 농촌의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잔디도 사람처럼 정성을 먹고 자랍니다. 하루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품질이 달라집니다. 전통잔디는 2~3년을 키워야 출하할 수 있지만 한국잔디 신품종은 1년이면 수확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전통잔디는 쉽게 포기할 수 없죠.” 

 

김효숙 회장은 “재배 기술과 출하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우리 전통잔디가 지닌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산성과 경제성을 갖춘 신품종으로 시장을 넓히면서도 전통잔디 재배를 지속해 우리 잔디의 명맥을 잇고 있다. 아울러 신품종과 전통잔디를 함께 생산해 다양한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고 고품질 제품 공급에 힘쓰고 있다.

 

이미용 아산시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과장은 “김효숙 회장은 회원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늘 상대를 배려하며 함께 답을 찾아가는 리더”라며 “앞에서 이끄는 리더십보다 곁에서 함께하는 리더십으로 회원들의 신뢰를 쌓아온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장과 생활개선회 활동을 성실히 병행하면서도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심하게 살피는 따뜻한 마음이 조직의 화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장 경험에서 비롯된 실천력과 책임감이 생활개선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잔디의 우수성

김 회장은 “전통잔디는 2~3년을 길러야 한다. 전통문화공간과 묘지 등에서는 여전히 전통잔디가 필요한 곳이 있다”고 말했다.

 

전통잔디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부드러운 촉감과 자연스러운 생육 형태를 꼽았다. 잔디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전통잔디는 오랜 세월 우리 환경에 적응해온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 때문에 지금도 꾸준히 찾는 수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잔디는 단순한 조경식물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입니다. 경제성만으로 전통잔디를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전통잔디는 손이 더 많이 가는 작물이다. 비료도 더 필요하고 생육도 느리다. 소득은 낮지만 오랜 시간 이어온 우리 잔디라는 자부심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전통잔디도 작업 인력이 많던 시절의 손작업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 규격을 조정하고, 팔레트와 굴취 장비를 활용하며, 롤잔디 등 새로운 출하 형태를 적용했다.

아버지가 닦아놓은 기반 위에 기계화와 새로운 출하 방식을 더해 지속 가능한 잔디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잔디는 하루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상품성이 달라질 만큼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작목이다. 풀을 뽑고, 잔디를 깎고, 물을 주는 일이 반복되지만 김효숙 회장은 푸르게 펼쳐진 잔디밭을 바라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잔디는 손이 많이 갑니다. 하지만 푸른 잔디밭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그 맛에 힘든 줄도 모르고 농사를 짓는 거죠.”

 

“회원이 있어 생활개선회가 있습니다”

김효숙 회장의 하루는 잔디농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농사를 마친 뒤에도 생활개선회 일정이 이어지고, 교육과 봉사활동, 지역행사 준비 등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2025년 제17대 한국생활개선아산시연합회장을 맡아 ‘회장이 앞에 서는 조직’보다 ‘회원이 주인인 조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회장은 잠시 맡는 자리지만 회원들은 계속 생활개선회를 지켜가는 분들이잖아요. 저는 회원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그 말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생활개선회 교육이 있는 날이면 회원들은 새벽부터 농사일을 끝내고 교육장으로 달려온다. 과수농가도 있고 벼농사, 밭농사를 짓는 회원들도 있다. 하루라도 일을 미루기 어려운 농번기지만 배움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다.

“전날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대부분 60~70대인데도 교육만 있다고 하면 빠지지 않고 오세요. 그 열정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김효숙 회장은 회원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생활개선회의 봉사활동은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시기에는 회원들이 직접 천연비누를 만들었다. 시중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손수 비누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고, 손바느질로 마스크도 제작했다. 정성과 품질을 인정받으며 지역사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생활개선회 회원들은 EM을 섞은 흙공을 직접 만들어 실개천에 던지며 하천 살리기 운동을 이어왔다. 깨끗한 물은 건강한 농업의 시작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연말이면 사랑의 쌀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일도 빠지지 않는다. 봉사는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생활개선회의 일상이었다.

김 회장은 “눈에 띄는 일을 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여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산시 농업기술센터 민정은 생활자원팀장은 “2022년 생활개선회를 처음 담당하면서 회원들이 배움에 대한 열정과 단합된 모습에 가장 놀랐다. 그 중심에는 회원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함께 결정하는 김효숙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역대 회장들에게도 행사 때마다 직접 연락을 드리고 예우를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덕분에 선배 회장들도 생활개선회를 함께 응원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조직의 화합과 전통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김효숙 회장이 잔디보다 사람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는 점이었다. 예전 농장에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할머니들이 많았다.

여름이면 호박죽과 팥죽을 끓여 드리고, 겨울에는 누룽지를 준비했다. 어버이날이면 카네이션과 떡을 손수 챙겨 드렸고, 농장을 떠난 뒤에도 안부 전화하며 건강을 살폈다.

지금도 비가 많이 오거나 폭염이 이어지면 먼저 전화를 건다.

“오늘은 너무 더우니까 밖에 나가지 마세요.”

그 한마디에는 함께 흘린 땀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농촌은 기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잔디도 이제는 기계로 떠서 팔레트에 싣고 지게차로 옮긴다. 하지만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다. 김 회장은 농사는 결국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농촌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8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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