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은 머리를 맑게 하는 약초입니다.”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하지만 정작 ‘천궁’이 어떤 식물인지, 어디에서 자라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욱이 우리가 한약재로 접하는 천궁 가운데 상당수는 ‘일천궁’이라는 사실은 더욱 생소하다.
일천궁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약용작물로 뿌리줄기를 약재로 이용한다. 특유의 향과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두통, 혈행 개선, 여성 건강 등에 활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항산화와 항염증 소재로 활용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 소재 산업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24년 기준 일천궁의 국내 생산량은 약 1천 톤 수준에 불과하지만, 당귀·작약과 함께 주요 건강기능성 식품의 국산 원료로 활용되며 약 4천억 원 규모의 관련 제품 시장을 이끄는 매우 중요한 작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일천궁은 지금 기후변화라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후가 바뀌면 약초도 떠난다
우리나라에서 일천궁은 대표적인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약용작물이다. 여름철 고온이 지속되면 생육이 크게 저하되고, 뿌리 비대가 불량해지며 심한 경우 고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예로부터 비교적 서늘한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어 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국내 일천궁 재배는 경상북도가 전국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산지이지만, 최근에는 재배환경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여름철 평균기온 상승과 폭염일수 증가로 기존 재배지가 점차 불리해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북부지역과 고랭지로 재배 적지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기후변화 재배적지 예측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에 따른 재배적지 예측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천궁의 잠재적 재배적지 면적은 평년(6,445ha) 대비 2026년대에는 68ha로 약 99%나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단순히 재배 시기를 조금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약용작물의 생산 기반 자체를 바꾸고 있다.
안정적으로 생산할 방법은 없을까?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천궁 안정생산기술 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의 첫 번째 목표는 기후변화가 일천궁 생육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단순히 생산량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생육특성, 토양환경, 기상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어떤 환경에서 생육이 가장 안정적인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고온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재배기술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기존 흑색필름 대신 저온성 필름을 활용할 경우, 여름철 고온기 두둑의 표면 온도를 약 15∼30℃, 지온을 7∼9℃ 정도 경감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에 일소방지제를 복합 처리할 경우 일천궁 생육을 더욱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앞으로 기후조건 변화에 맞는 새로운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지역별 재배 적지를 다시 설정하는 것이 목표이다.
연구는 농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기후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 잘 되는 지역’보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지역’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재배 적지를 새롭게 설정하면 농업인은 지역별 기후특성에 맞는 작목 선택이 가능해지고, 행정기관도 장기적인 생산단지 조성과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안정적인 원료 생산은 건강기능식품과 천연물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안정적인 원료 생산기술 확보는 농업뿐 아니라 바이오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이다.
기후변화 시대, 연구가 답을 만든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은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일천궁 생육 영향 평가를 지속하고, 지역별 재배적지 예측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재배기술과 환경관리 기술을 개발하여 농가가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약초는 오랜 시간 우리의 건강을 지켜온 소중한 자원이다. 이제는 우리가 과학기술을 통해 그 약초를 지켜야 할 때이다.
기후가 변해도 일천궁은 계속 자랄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에서 비롯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