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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연구와 맛 <39> 버려지던 시래기무

펫푸드 기능성 소재의 가능성을 열다

농업의 새로운 경쟁력은 더 많이 생산하는 데만 있지 않다. 생산 과정에서 남겨지는 부산물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시래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래기무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시래기를 수확한 뒤 남은 뿌리 부분인 시래기무는 마땅한 활용처를 찾지 못해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이 부산물이 반려동물 건강을 위한 기능성 소재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래기의 주산지인 강원 양구에서는 시래기 산업이 이미 지역의 중요한 소득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양구 시래기 매출은 76억 6,700만 원에 이른다. 이처럼 시래기 산업이 지역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역시 새로운 산업 자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그림 1과 그림 2)1,2.

시래기무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농산부산물의 처리 문제가 이제는 개별 농가의 부담을 넘어 산업 전반의 과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농식품 부산물이 연간 약 500만 톤 발생하고, 처리비용만 8,000억 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농산부산물 처리에만 연 1억~2억 원을 부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활용되지 못한 자원은 환경 부담을 키우고 불필요한 비용까지 더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산물을 단순히 줄이거나 폐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쓰임을 부여해 부가가치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시래기무를 기능성 소재로 개발하려는 시도는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제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자원화 전략에서 주목할 만한 분야가 바로 반려동물 산업이다. 최근 펫푸드 시장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건강관리와 기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내 펫푸드 시장은 2023년 1조 9,814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기능성 사료 특허출원은 연평균 37% 증가했다(그림 3)3.

한국소비자원과 특허청 자료를 보면 기능성 제품의 주요 수요는 면역개선, 비만예방, 피부·모질 등에 집중돼 있다(그림 4)4. 이는 보호자들이 단순히 기호성 높은 제품이 아니라 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는 맞춤형 제품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항아토피 효능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부 건강은 반려동물 기능성 시장에서 체감도가 높은 분야이며, 피부 장벽과 면역 반응을 함께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재 경쟁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농식품연구소는 강원 양구산 시래기무를 대상으로 항아토피 효능을 검정했다. 인간각질형성세포 실험에서는 300μg/mL 농도까지 세포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고, 염증성 케모카인인 RANTES, MCP-1, MDC, MIP-3α 생성이 유의적으로 억제됐다. 또 TSLP, IL-33, CCL20, CCL2 등 아토피 관련 염증 인자의 발현도 감소했다.

 

DNCB 유도 아토피 동물모델에서는 비장 무게, 귀 두께, 경피 수분 손실량이 개선됐고, 표피 비후와 비만세포 침윤 역시 줄어들었다. 즉, 시래기무 추출물은 세포 수준의 염증 억제와 동물 수준의 피부장벽 개선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 것이다.

 

이 연구는 버려지던 부산물을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능성 소재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관련 특허도 이미 출원했으며(제10-2026-0056380호), 현재 펫푸드 기업과 기술이전 및 제품 개발을 협의 중이다. 시래기무는 더 이상 폐기의 대상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피부·면역 건강을 위한 새로운 펫푸드 소재가 될 수 있다. 농업부산물의 고부가가치화, 지역 특화산업의 확장,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의 수요를 하나로 잇는 이 사례는 농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8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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