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원래 신고 품종을 재배했어요. 진짜 맛있는 배를 한번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남 나주시에서 배 농사를 짓는 해오름영농조합법인 김지현 대표가 국산 배 품종을 선택한 이유다. 소비자가 먹었을 때 맛있다고 느끼고 다시 찾을 수 있는 배를 생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재배해 온 신고에서 새로운 품종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그 선택은 몇 그루를 시험 삼아 심어보는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김 대표가 경영하는 배 과원은 약 6만 평. 이 가운데 약 4만 평에 국산 품종을 도입했다.
오래된 신고나무를 철거하고 과원을 다시 조성하면서 창조를 비롯해 슈퍼골드, 설원 등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품종의 비중을 과감하게 늘렸다.
6만 평 중 4만 평, 국산 품종
국내 배 산업에서 신고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2025년 기준 신고 재배면적은 전체 배 재배면적의 85.4%에 달한다. 오랫동안 농가의 생산과 출하 역시 추석과 설 등 명절 수요에 맞춰 형성돼 왔다. 이러한 생산구조 속에서 김 대표의 과감한 품종 전환은 눈길을 끈다.
과수 농가에서 품종 전환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한번 나무를 심으면 장기간 재배해야 하고 새로운 품종으로 바꾸면 안정적인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신고처럼 오랜 기간 재배기술과 유통체계가 축적된 품종과 달리 신품종은 농가가 참고할 수 있는 현장 재배 정보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김 대표도 신품종은 아직 충분한 재배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농사를 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상당한 면적을 국산 품종으로 전환했다. 현재 농장에서는 신고와 함께 창조, 슈퍼골드, 설원 등을 재배하고 있다.
“국산 품종은 약 10년 전 창조를 도입하면서 시작했죠. 이후 설원, 슈퍼골드 등으로 품종을 넓히며 우리 농장과 시장에 맞는 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품종 전환의 기준은 결국 ‘맛’
김 대표가 익숙한 신고를 두고 국산 품종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맛’이었다.
지베렐린을 사용하여 명절 출하시기에 맞추는 것보다 품종이 가진 맛을 제대로 살려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데 관심을 뒀다. 새로운 품종을 선택한 것도 결국 소비자가 배를 먹었을 때 느끼는 맛과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김 대표가 특히 가능성을 기대하는 품종은 설원과 슈퍼골드다. 어떤 품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두 품종을 꼽았으며, 아삭한 식감 등 직접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특성에도 주목했다.
슈퍼골드는 약 6년간 직접 재배하며 특성을 살펴왔다. 이곳 농장에서는 9월 10일 전후를 수확시기로 보고 있다. 아직 어린 나무는 숙기와 과실 크기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지만, 나무가 성장하면서 점차 수확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색부터 다른 녹색배, 소비자 눈길 잡는다
농촌진흥청이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대표적인 녹색배는 설원, 슈퍼골드, 그린시스다.
설원은 9월 상순 수확하는 조생종으로 평균 과중 600g, 당도 14브릭스 이상이다. 단맛이 강하고 과육이 아삭하며 갈변이 적어 조각과일 등으로 소비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
슈퍼골드는 평균 과중 570g, 당도 13.6브릭스 수준이다. 은은한 산미가 더해진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으로 기존 배와는 다른 맛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품종이다.
그린시스는 9월 중순 수확하는 중생종으로 평균 과중 460g, 당도 12.3브릭스 수준이다. 과즙이 풍부하고 아삭한 식감을 지녔으며 검은별무늬병에 강한 특성도 갖고 있다.
소비자가 다시 찾는 ‘맛있는 배’
배 산업의 품종 다변화는 신고 품종을 없애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배를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명절 선물용으로 크고 외관이 좋은 배를 찾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평소에는 크기가 조금 작더라도 맛과 식감이 좋은 배를 원하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 품종마다 다른 수확시기와 맛을 살리면 배를 즐길 수 있는 기간과 소비 방식도 넓힐 수 있다.
김 대표가 국산 품종으로 과원을 바꾼 이유도 분명했다. 품종을 바꾸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가 먹어보고 다시 찾는 ‘맛있는 배’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6만 평 가운데 약 4만 평을 국산 품종으로 선택한 농가의 도전과 녹색배 보급을 확대하려는 연구기관의 움직임이 만나는 지점도 결국 ‘소비자가 다시 찾는 배를 만드는 것’에 있다.
* 이 기사는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9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