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마다 다르게, 맛을 완성하는 농부, 시장을 만들다①
복숭아 한 품종을 선택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언제 수확되는지, 기존 품종 사이 어느 시기를 채울 수 있는지, 맛과 향은 어떤지, 소비자가 다시 찾을 가능성은 있는지 직접 확인한다. 좋다는 말만 듣고 대규모로 심지도 않는다. 먼저 소량을 시험재배부터 수확 후 시장성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린다.
전북 남원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최홍선 대표의 농사는 그렇게 시작된다.
현재 약 8500평의 과수원에서 40여 가지 복숭아 품종을 재배한다. 올해 봉지를 씌운 복숭아만 약 26만 개에 이르며, 봉지를 씌우지 않는 품종까지 포함하면 그보다 더 많다.
지난해 기준 상품으로 출하한 물량은 30톤 이상이다. 춘향골농협 복숭아 공동선별회장을 맡고 있는 최 대표는 공동선별 출하와 함께 시기에 따라 직거래와 온라인 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복숭아 농사 규모화
최 대표가 중학생이던 1980년대 무렵에도 부모는 복숭아 재배를 했다. 어린 시절 최 대표에게 농사는 자신의 미래가 아니었다. 부모 세대 역시 자녀만큼은 힘든 농사일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던 시절이었다.
과수원 일을 틈틈이 돕기는 했지만 자신이 복숭아 농사를 짓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원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이후 건축·인테리어 사업 중 최 대표에게 큰 사고가 찾아왔다. 사업을 위해 얻었던 빚에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겹쳤다. 일을 하지 못하는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도 커졌다.
결국 남원으로 돌아온 그는 부모의 복숭아 농사를 시작했다. 당시 부모가 농사짓던 면적은 약 2,700평. 그대로 이어받는 것만으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기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규모를 키우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마감 당일 후계농업인 지원제도를 뒤늦게 알게 돼 면사무소를 찾았고, 가까스로 신청했다. 그렇게 2007년 후계농업인 자금을 지원받으며 본격적인 농업인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당초 시설 투자를 생각했지만 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시설 대신 농지와 품종에 투자하는 길을 택했다. 그때 선택한 품종이 훗날 남원의 대표적인 조생 황도로 자리 잡은 ‘그린황도’였다.
8,500평에 40여 품종, 첫 출하는 6월 5일
현재 최 대표의 농장은 약 8,500평으로 늘었다. 특징은 다품종이다. 한두 가지 인기 품종에 집중하기보다 약 40여 품종을 재배한다.
그린황도와 홍금향, 아카츠키 등 수확 시기와 맛, 향, 과실 특성이 서로 다른 품종을 배치해 출하시기를 분산한다.
올해 첫 수확은 6월 5일부터 시작했다. 이후 품종을 바꿔가며 추석 전까지 복숭아를 생산한다. 남부지역이라는 특성을 살려 조생종 비중을 높이고, 중·만생종 시기에는 대량 출하보다 직거래와 온라인 판매 비중을 조정한다. 중부지역의 복숭아 물량이 대량으로 시장에 쏟아지는 시기와 정면으로 경쟁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품종을 고르는 방법도 독특하다.
먼저 현재 농장의 출하시기 가운데 비어 있는 시기를 찾는다. 예를 들어 6월 중·하순에 출하할 황도가 필요하다면 그 시기에 나온다는 여러 신품종을 찾아본다. 그러나 묘목업체의 설명만 믿고 대량 식재하지 않는다. 최소 단위로 묘목을 구입해 한쪽에 시험재배하고 직접 열매가 열릴 때까지 지켜본다. 예상했던 숙기와 맛, 향, 과실 특성이 나타나는지 확인한 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본격적으로 심는다. 그린황도에서 얻은 경험이 품종 선택의 기준이 됐다.
“반짝하고 없어질 품종인지, 그래도 10년이나 15년은 갈 수 있는 품종인지 봅니다.”
최홍선 대표는 “실제로 남원지역에서 이후 주력 품종으로 확산된 몇몇 품종도 제가 먼저 시험하고 좋은 가격을 받으면 주변 농가들이 따라서 재배했다”고 말했다.
40개 품종이면 관리도 40가지
다품종 재배는 위험을 분산시키지만 그만큼 농사는 복잡해진다.
최 대표는 “열 가지 품종을 키우면서 열 가지를 똑같은 방법으로 관리해서는 각각의 품종이 가진 맛이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품종이 다르다는 것은 숙기와 경도, 향, 당도, 과실 특성이 다르다는 뜻이다.
결국 농업인이 그 품종의 특징이 충분히 나타날 때까지 관리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확도 아무에게나 맡기기 어렵다.
올해 26만 개 안팎의 복숭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최 대표가 직접 수확하는 이유다. 40여 품종의 특성과 수확 적기를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색깔이라고 같은 숙도가 아니다. 품종마다 고유의 색과 향, 경도가 다르다.
“복숭아는 충분히 익어 제맛과 제 모양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합니다.”
최 대표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이다. 충분히 익기 전에 유통 편의를 위해 일찍 수확하면 과실 무게도 줄고 맛도 떨어진다. 결국 소비자는 제맛이 들지 않은 복숭아를 먹게 되고 생산자 역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9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여름밤 복숭아나무관리와 충성고객 만드는 비법>에 대해 연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