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평생 일궈 놓은 포도밭과 나무를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시설도 아니고, 포도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아버지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 있었습니다.”
평택시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청년농업인 박종호 대표는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포도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평택시 농업기술센터 김인숙 기술보급과장은 “박종호 대표는 아버지의 농장을 단순히 물려받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 현장 실습을 통해 자신의 기술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아버지가 쌓아 온 경험을 존중하면서도 기후변화와 새로운 시장환경에 맞는 재배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는 청년농업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교육을 찾아다니고 새로운 품종을 직접 시험하는 자세가 앞으로 농장을 발전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며 “포도는 시설과 나무를 조성한 뒤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목인 만큼 부모 세대가 구축한 기반에 청년농업인의 새로운 기술과 경영 감각이 더해질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포도밭을 외면할 수 없었다
박 대표가 본격적으로 포도농사에 뛰어든 것은 약 3년 전이다. 그전까지는 평택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중장비 관련 업무를 했다. 교대근무를 하면서도 쉬는 날이면 포도밭에 나왔고, 야간근무가 있는 날에는 출근 전에 농장 일을 도왔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시키는 작업을 따라 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농장을 이어갈 사람이 필요해졌다. 박 대표는 결국 직장을 퇴사하고 포도농사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급여만 놓고 보면 직장생활이 더 안정적이었지만, 아버지가 평생 가꿔 온 포도밭을 외면할 수 없었다.
박 대표는 “직장에 다닐 때보다 농사를 지으며 몸은 더 많이 움직이고 힘도 들지만, 포도가 하루하루 커 가는 모습을 보면 예쁘고 보람도 느낀다. 아버지의 꿈을 이어 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 자신도 포도농사가 재미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0시간 이상의 교육과 데이터를 더하다
아버지 세대가 경험을 중심으로 포도나무를 관리했다면 박 대표는 교육과 현장 견학을 통해 익힌 새로운 기술을 농장에 적용하고 있다.
평택시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거나 연계한 포도·스마트팜·농업경영 관련 교육을 찾아다녔고, 한 해 동안 10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경기도포도연구회 활동에도 참여하고 선도농가를 직접 찾아가 재배기술을 배우고 있다.
박 대표는 “아버지는 오랜 경험을 통해 나무를 보지만, 나는 교육을 받고 다른 농가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방법을 배우려고 한다”며 “내가 재배방식을 바꾸려고 하면 아버지가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실 때도 있지만, 잘못된 부분은 다시 설명해 주시고 지켜봐 주신다”고 말했다.
두 세대의 재배방식 차이는 포도나무를 키우는 형태에서도 나타난다. 기존 성목은 아버지가 오랫동안 관리해 온 수형을 유지하지만 새로 심는 나무는 작업이 편하고 햇빛과 통풍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박 대표가 새로운 방식으로 유인하고 있다.
오래된 나무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 나무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어린나무와 접목묘를 단계적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뿌리가 튼튼한 대목을 선택하고 품종을 접목해 기후 적응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시험도 이어가고 있다.
품종 선택 기준과 수확 원칙
현재 농장에는 캠벨, 거봉, 샤인머스켓을 비롯해 베니바라드, 썸머블랙, 충랑, 블랙사파이어 등 10여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모든 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주력 품종 외에는 한두 그루씩 심어 평택지역 기후와 농장 토양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고 있다. 품종별 착색과 당도, 열과 발생, 병해충 민감도, 노동력 투입 정도 등을 비교해 앞으로 확대할 품종을 선별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가 품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보는 첫 번째 기준은 수확시기다. 완전한 가온하우스가 아닌 노지 비가림시설이기 때문에 일반 노지 포도보다 일찍 출하할 수 있는 조생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열과 발생이 적은 품종이다. 세 번째는 알 솎기나 생장조정제 처리 등 노동력이 비교적 적게 드는 품종이다. 상품성이 아무리 높아도 수확 직전에 포도알이 터지면 판매하기 어렵다. 농촌 인력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작업이 비교적 편리한 품종을 선택하는 것도 농장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여러 품종을 재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확시기를 분산하기 위해서다.
가장 이른 썸머블랙을 시작으로 캠벨, 충랑, 거봉, 샤인머스켓 등이 차례로 수확될 수 있도록 품종을 배치하고 있다. 한 품종이 같은 시기에 대량으로 수확되면 선별과 판매에 노동력이 집중되지만, 수확시기가 다른 품종을 구성하면 작업과 출하를 분산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기존 단골을 중심으로 포도를 판매하고 있다. 수확 전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해 결과를 확인한 뒤 출하하고, 당도계로 숙도를 점검한 후 수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장경헌 팀장은 “청년농업인의 아버지 박정규 농업인은 평택지역에서 오랫동안 포도를 재배하며 다양한 품종과 재배기술을 축적해 온 전문농업인”이라며 “아들이 그 기반을 이어받아 최신 교육과 스마트농업 기술을 접목하며 경쟁력 있는 포도농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경험은 책이나 단기간의 교육으로 얻을 수 없는 자산이고, 청년농업인의 새로운 시각은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하는 데 필요하다”며 두 세대가 가진 강점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스마트농업
박 대표가 바라보는 다음 단계는 보다 체계적인 스마트농업이다. 현재 시설 가운데 오래된 약 800평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포도 생육에 중요한 물 관리도 보다 편리하고 정밀하게 할 수 있도록 관주시설을 스마트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천창과 측창 역시 현장에서 직접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휴대전화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시스템을 알아보고 있다. 농장에는 이미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스마트농업을 위한 기반도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
박 대표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여건이 된다면 좀 더 스마트한 시설을 해보고 싶다”며 오래된 시설 가운데 약 800평을 새롭게 개선하고, 관주시설과 자동개폐시설도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9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