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관광이 지역을 살리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답은 결국 ‘사람을 농촌으로 불러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도시의 소비자가 농촌을 찾아 농장을 둘러보고 체험에 참여한다. 농산물을 구입하고, 이동하면서 지역 음식점을 이용한다. 한 농장을 찾아온 사람이 또 다른 농장과 관광지를 방문한다면 소비는 지역 전체로 퍼져나간다.
김포시(시장 이기형)가 추진하고 있는 ‘김포 농촌관광투어패스’가 주목되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가 이용객 만족도 등을 살펴본 결과 농촌관광투어패스 이용객의 50% 이상이 김포 이외 지역에서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민 중심의 체험을 넘어 외부 소비자를 김포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관광 콘텐츠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2월 문을 연 청년농업인 김자연 대표의 체험농장은 투어패스 참여 이후 이용실적은 상위권에 오르며 김포시 농업기술센터의 홍보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관광객을 농촌으로 불러들이고, 방문객의 체험과 농산물 구매를 다시 지역 소비로 연결하는 것. 김포 농촌관광 투어패스가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연결고리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농촌관광투어패스의 효과는 단순한 체험객 증가에 그치지 않았다. 농가 홍보와 체험소득, 농산물 판매, 지역 내 소비를 연결하고, 이제 막 농촌관광에 뛰어든 청년농업인에게 시장과 소비자를 만날 기회까지 만들어주고 있었다.
농업기술센터 양승호 팀장은 “김포 농촌관광투어패스가 지역 활성화와 연결되는 구조다. 관광객이 농장을 찾으면 체험 프로그램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있다면 구입할 수 있고, 농장을 오가는 과정에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주유소 등 지역 상권을 이용하는 소비가 뒤따른다”고 말했다.
농촌투어패스의 의미를 농가 한 곳의 체험객 숫자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부 관광객 한 명을 김포로 끌어들이면 그 사람이 농가 한 곳의 고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소비자로 바뀔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벌써 이용실적 상위권, 청년농업인
청년농업인 김자연 대표의 나포레는 오랫동안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고정 고객을 확보한 곳과 비교하면 사실상 신규 농장에 가깝다. 그런데 투어패스 참여 이후 이용실적은 상위권이다.
“개인이 하기 어려운 홍보를 김포시가 합니다. 이제 농장을 시작해 홍보 기반이 약한 농가 입장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김 대표는 “투어패스 참여 이후 홍보 효과를 많이 봤다. 농장을 이제 막 알리기 시작한 청년농업인이 개인적으로 광고비를 들여 지속적으로 홍보하기는 쉽지 않다. 농사를 지어야 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며 방문객도 직접 응대해야 한다. 여기에 온라인 홍보와 광고까지 개별 농가가 모두 책임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감사하게도 김포시농업기술센터의 투어패스가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센터 교육에서 시작된 사업화
김자연 대표가 체험농장을 구상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에는 김포시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 현장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지난 2021년 농업 관련 교육과정을 거친 뒤 2022년 청년농업인 사관학교에 참여했고, 마케팅과 브랜딩 교육도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메가쇼와 농업 관련 박람회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농산물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상품화하는지를 직접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강의보다 현장에서 실제 사업 사례를 본 경험이 농장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4-H 활동도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직장을 다니던 당시에도 행사가 있으면 휴가를 내고 4-H 활동에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농업을 이용해 실제 사업을 하고 소득을 만드는 또래 청년들을 만났다. 이 경험을 통해 농업에서도 자신의 미래와 소득 기반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23년 11월 이후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스마트팜 등을 활용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하는 기술을 익히는 한편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농업에 더하기로 했다. 그 답이 농촌체험이었다.
‘지나가는 김포’에서 ‘머무는 김포 손님’으로
김포시농업기술센터 양승호 팀장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서울 일정을 마친 뒤 출국 전 남는 시간을 활용해 김포에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며 “서울에서 멀리 이동하기에는 교통 상황이나 항공편 시간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김포는 공항 접근성이 좋아 짧은 시간에도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포가 가진 지리적 조건도 농촌관광에는 강점이다. 서울과 가깝고 강화도를 오가는 관광객들이 거쳐 가는 길목이라는 점이다.
양 팀장은 주말마다 강화도로 향하는 많은 차량이 김포를 통과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가운데 일부만이라도 김포의 농가와 관광지를 들렀다가 이동하도록 유도한다면 단순한 통과 수요를 지역 소비로 바꿀 수 있다. 그동안 서울과 강화 사이의 ‘지나가는 지역’으로 인식될 수 있었던 김포를 농촌체험을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지역’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농촌관광투어패스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김자연 대표는 “최근 수도권과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체험객이 늘었다. 외부 방문객이 김포의 농촌을 경험하면서 ‘김포에 이런 농가도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과적으로 김포라는 지역 자체를 홍보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문이 농산물 판매와 체험 이용으로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식공간과 체험 다양하다
김자연 대표는 아이템과 프로그램, 장소, 환경, 콘텐츠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아 투어패스에 참여하게 됐다.
농업기술센터 우민식 담당자는 “김자연 청년농업인은 사업 기획력이 뛰어나다. 농장을 어떻게 운영하고 방문객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고, 아이디어를 실제 농장에 구현해 나가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며 “특히 부모님과 함께 시설의 많은 부분을 직접 만들면서 농장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혔다. 생산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방문객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이 큰 청년농업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 대표의 농장은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다. 가족이 직접 손을 보태 하우스와 시설을 하나씩 갖췄고, 농사를 지으며 필요한 부분을 채워왔다. 체험객을 맞기 시작하면서는 수확만 하고 돌아가는 농장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이제 막 농촌관광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농업인의 농장이지만, 농사를 짓는 공간과 사람을 맞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딸기에서 시작한 체험
김 대표 농장의 주 작목은 딸기다. 하우스는 자체적으로 조성했고 딸기 양액재배 베드는 김포시 농업기술센터 청년농업인 지원사업을 통해 마련했다. 재배기술을 익힌 뒤 2024~2025년 겨울 작기에 처음 딸기 재배를 시작했으며, 2025~2026년 작기에는 두 번째 재배를 진행했다. 시설 일부는 생산에 활용하고 일부는 방문객이 직접 딸기를 수확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딸기는 판매에서 체험으로 이어졌다. 방문객이 직접 수확한 딸기로 디저트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대표적인 것이 컵빙수 체험이다. 일반 얼음 대신 농장에서 생산한 냉동 딸기를 갈아 사용하고 직접 수확한 블루베리를 더해 완성한다. 딸기 수확과 관련 체험은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가능하다.
농장에는 딸기 외에도 블루베리와 애플수박, 파파야, 바나나 등이 자라고 있다. 여기에 어머니가 오랜 기간 가꿔온 식물들도 있다. 약 30년 동안 키운 부겐빌레아를 비롯해 관엽식물과 야생화가 농장 곳곳에 자리한다.
김 대표는 이 식물들을 새로운 체험으로 연결할 방법도 찾고 있다. 파파야 열매에서 종자를 받아 파종하고 육묘한 뒤 옮겨 심는 과정을 체험으로 만들고, 유칼립투스는 디퓨저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딸기 수확에서 시작한 체험의 범위를 농장에서 생산하고 자라는 다양한 작물로 넓혀가는 셈이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 우민식 담당자는 “김포 농촌관광투어패스는 이용객이 모바일로 이용권을 구매한 뒤 참여 농가의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식”이라며 “개별 농가의 프로그램을 각각 찾아 이용하는 것보다 김포지역의 여러 농촌체험을 하나의 투어패스로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목표는 교육농장 인증
“내년에는 교육농장 인증에 도전해 학교와 연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죠. 또한 장기적으로는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관련 인증과 가공품 생산까지 확대해 농촌관광에 특화된 법인을 만드는 것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김자연 대표는 청년농업인들과 새로운 판로를 만들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4-H 청년농업인 등을 중심으로 연구회를 만들어 청년들이 함께 판매할 수 있는 공동마켓과 판로를 만드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개별 농가의 성장이 다른 청년농업인과 연결되고, 다시 지역 농업의 새로운 유통과 관광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기사는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9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