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현장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고령화, 일손 부족에 대응해야 하고, 농산물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기준도 함께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박선미 영암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
박 소장이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강조하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기술이라도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영암군농업기술센터 최초의 여성 소장으로 취임한 박 소장은 농업인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전문성’이다.
“가장 강력한 소통은 전문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변화를 읽고 실력을 갖출 때 농업인에게 신뢰받는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농업인의 이야기를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장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박 소장이 직원들에게 꾸준한 배움과 현장 중심의 변화를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에서 성과로 이어지는 농촌지도사업
박 소장이 지난해 농촌지도사업의 의미 있는 성과로 꼽은 것 가운데 하나는 무화과 총채벌레 방충 기술인 ‘기찬충이망’이다.
영암군농업기술센터가 개발한 이 기술은 와이엔바이오와 마이크로자임 등 2개 업체에 기술이전됐다. 연구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화와 농가 보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기계임대사업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2025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으며, 농촌자원사업 우수사례 경진에서는 농촌진흥청 ‘우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박 소장은 이러한 평가와 함께 실제 농업 현장에서 나타난 변화에도 주목했다.
‘마른논써레질 재배단지 조성’ 시범사업을 도입한 농가에서는 경운·로터리 작업시간이 약 42% 줄었다. 이앙 후 활착도 빨라져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의 노동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보였다.
영농부산물 처리지원사업은 고령농과 여성농업인 134농가, 77.8ha를 대상으로 지원했다. 영농부산물의 불법 소각을 줄이는 동시에 미세먼지와 산불 발생 저감에도 기여했다.
새로운 기술과 사업이 농업 현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농업인이 실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지가 농촌지도사업의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이 박 소장의 생각이다.
기후변화에 앞서 대응하는 농업기술센터
올해 영암군농업기술센터가 중점을 두는 방향은 농촌지도 기반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이다.
동부권에는 황토자원체험시설을 조성하고 서부권에는 무화과연구소를 착공해 지역별 농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장에 보급할 신기술도 확대한다. 원예작물 9개 사업, 식량작물 4개 사업, 무화과 분야 4개 사업 등 총 17개 신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박 소장은 농업기술센터가 기후변화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현장의 최전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적응형 벼 재배단지와 왕겨충진형 땅속배수기술 등 검증된 기술을 신속하게 농가에 보급하고,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는 마른논써레질과 같은 노동력 절감 기술과 스마트농업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드론 방제와 스마트 환경관리 센서 등의 활용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영암의 대표 작목인 무화과에는 자체 육성 품종 보급과 노지 스마트팜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산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청년농업인, 스마트농업으로 자립 기반 다진다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청년농업인을 위한 ‘스마트팜 자립기반 구축 지원사업’이다.
청년농업인 1개소를 대상으로 내재해형 스마트온실 1,500㎡ 이상과 복합환경제어시설, 양액재배시설 등을 지원한다. 영농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농업인이 농업에 진입하는 단계부터 디지털농업 기술을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청년농업인 경영실습임대농장과 함께 다음 세대 농업인을 육성하는 것도 농업기술센터의 중요한 역할로 보고 있다.
박 소장은 고령화와 일손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농업인의 노동 부담을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고, 동시에 앞으로 영암농업을 이어갈 사람을 키우는 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생산을 넘어 소비시장까지 본다
변화하는 소비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농업기술센터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 농산물의 가치를 시장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암군은 수도권 팝업스토어를 통해 청무화과의 MZ세대 인지도를 높이는 데 나섰으며,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받은 배 과·채주스도 개발했다.
생산 중심이었던 농촌지도사업의 영역을 유통과 소비 흐름까지 넓혀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향이다.
박 소장은 “기후변화와 고령화, 인력 부족뿐 아니라 소비시장의 변화까지 읽고 대응하는 것이 앞으로 농업기술센터가 맡아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영암농업의 힘, 지역 작목과 축적된 기술
박 소장이 바라보는 영암농업의 강점은 분명하다.
무화과와 쌀, 한우 등 영암을 대표하는 작목이 뚜렷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와 기술보급 기반이 꾸준히 축적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무화과는 영암을 대표하는 특화작목이다. 무화과 총채벌레 방충 기술인 ‘기찬충이망’을 자체 개발하고 기업에 기술이전한 사례는 지역에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개발해 농업 현장과 산업으로 연결한 결과다.
매년 열리는 월출산국화축제도 농업과 지역 문화·관광을 연결하는 자산으로 보고 있다.
박 소장은 앞으로 이러한 강점을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특히 무화과연구소와 황토자원체험시설 조성을 비롯해 미생물배양센터와 조직배양실, 농업환경분석실 등 과학영농 기반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영암쌀 대표 브랜드 품종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생산력검정 본시험 1년차에 들어간 품종 개발을 비롯해 지역 특성에 맞는 농업 경쟁력을 차근차근 갖춰나간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청년·여성농업인 육성사업을 함께 추진해 ‘기술력과 사람’이라는 두 축으로 영암 농업·농촌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재임 기간, 이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다
박 소장이 재임 기간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무화과연구소 건립이다. 영암이 무화과 대표 산지라는 명성에 머물지 않고 실제 연구 역량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문 연구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황토자원 치유농업시설이다. 폐교 부지를 활용해 조성하고 있는 이 시설을 단순한 체험공간이 아니라 복지·보건·돌봄 부서와 협업하는 치유농업 공간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농업과 농촌자원을 통해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두 기반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그 위에서 청년농업인과 여성농업인이 성장할 수 있는 영암농업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암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전하는 말
박 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영암 농업을 지켜온 농업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기후변화와 일손 부족 등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농업인들의 노력이 오늘의 영암농업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농업기술센터도 앞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정보를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전달하고 새로운 시범사업과 교육을 통해 농업인들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영암의 무화과와 쌀, 축산물 등 지역 농산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안전성 검사와 품질관리를 거쳐 정성껏 생산되는 영암 농산물이 소비자의 신뢰에 부응할 수 있도록 생산 현장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기사는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10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