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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특용작물

 

중국의 손꼽히는 정복 군주인 한나라의 무제<한무제>가 민심을 살피러 평상복 차림으로 궐 밖을 나가 어느 마을을 지나던 중 밭일을 하던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과 함께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그 노인의 눈에서 남들보다 유난히 광채가 나고 힘이 있으며, 머리는 검고 치아도 튼튼해 농사일도 젊은이 못지않게 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건강 비법을 물어보니 야산에서 이것을 캐다가 쪄서 껍질을 벗기고 말린 후 콩과 함께 고운 가루를 내어 꿀로 반죽해 떡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한무제도 이를 즐겨 먹었고, 백성들 사이에서도 이것으로 떡을 만들어 먹거나 술을 빚어 마시면 무병장수한다고 입소문이 나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둥굴레의 일종으로, 황정(黃精)이라고 전해진다.

 

둥굴레 하면 둥굴레차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평소에 차로 많이 마시다 보니 둥굴레가 본래 한약재인 것을 아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둥굴레를 한약재로 사용하는 것은 기원식물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한약재 옥죽(玉竹)의 경우 둥굴레 또는 이와 비슷한 분류에 속하는 식물의 뿌리줄기를 이용한다. 황정(黃精)은 층층갈고리둥굴레, 진황정, 전황정, 또는 다화황정의 뿌리줄기를 이용한다. 황정과 옥죽은 모두 백합과 식물로써 뿌리줄기가 약으로 쓰이며, 체내의 진액을 보충해주는 보음(補陰)과 건조한 것을 윤택하게 하는 윤조(輪燥)의 효능이 있다. 그러나 황정은 옥죽보다 보음력이 더 강하지만 소화가 잘 안될 수 있고, 옥죽은 보음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나 위장에 부담은 덜 주므로 약으로 쓸 때는 체질과 병증을 고려해 이용한다.

 

 

예로부터 둥굴레는 식물의 형태나 특성, 용도나 효능에 따라 여러 이름을 가져왔다. 1431년 세종 때 발간한 의학서인 「향약채취월령」 에는 ‘둥굴네’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훈민정음 창제 직전에 쓰던 이두식 명칭으로는 ‘두웅구라’라고 했다. 흉년에 구황식물로 널리 이용돼 왔기 때문에 궁한 때를 구한다고 해서 ‘구궁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신선들의 밥이라고 해서 ‘선인반’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누적된 다양한 이름들을 통해 둥굴레가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을 함께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 둥굴레 속 식물로 보고된 식물들은 둥굴레, 종둥굴레, 층층갈고리둥굴레, 진황정 등 약 18종이 있는데, 그중 황정으로 쓰이는 층층갈고리둥굴레의 주요성분을 살펴보면 다당류, 알칼로이드, 스테로이드계 사포닌,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리그닌과 같은 생리활성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다당류 성분은 장티푸스균, 포도상구균, 결핵균 등 여러 가지 균에 대한 억제 작용을 하며 보습, 피부 미백 및 노화 방지 효과를 이용한 천연 화장품 개발 가능성이 보고되었다.

 

 

다년간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 특용작물로 이용한 약선요리 레시피를 개발하고 보급해 왔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둥굴레 수제비’이다. 레시피를 요약하면 삶은 둥굴레 뿌리줄기를 갈아서 밀가루와 함께 반죽한 후, 둥굴레 우린 물에 수제비를 끓여 먹는 것인데 특유의 구수한 맛이 으뜸이다. 둥굴레를 이용한 기존의 차나 요리보다 색다른 것을 원한다면 시도해 보면 어떨까.  <계속>

 

 

이 내용은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3년 9월호>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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