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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10년 만에 만났는데, 10년 뒤에 또 취재 오세요”

나무들의 숨소리가 솜털처럼 부드러운 오월의 아침,
아산지역 사과 농장을 취재하기 위해 ‘와우농원’에 도착했을 때

이정울 대표는 “최서임 기자 아닌가요? 10년 전인가? IMF 당시 귀농해서 정말 불철주야 힘들게 농사지을 때 유일하게 저희들을 취재해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나는 어리둥절하면서 교육장으로 들어섰다.



아산원예농협에서 주관하는 사과 농가들의 교육이  이곳 과원에서 코로나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지킨 가운데 진행됐다. 이어 그는 “그때 기사가 잘 나와서 덕분에 저희 사과를 알아주는 분도 생겼고, 미국에서도 친구가 연락 왔었죠. 자신감도 더 생기고 사명감을 갖고 하다 보니 저희 사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네요. 하하하. 그 당시 귀농해서 사과 재배 시작하자마자 갈반병이 발생하여 상심이 컸었죠. 정말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을 때 저희 농장에 와서 이야기도 들어주고 농심을 그대로 기사화해 줬던 기자였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었네요.”라고 말했다.


갑자기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그는 반갑게 맞이하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빨리 와 봐요. 누가 왔는지.”
잠시 후 과원에서 사과 열매솎기하다가 왔다며 “10년 전에 저쪽의 과수원일 때 농장에 취재 왔는데, 사진도 예쁘게 촬영해 준 최서임 기자 맞죠? 정말 반갑습니다.”라며 이정울 대표의 아내는 인사를 건넸다.

고구마와 사과를 먹으면서 22년째 사과 농사 이야기를 들었다.


비주류 최서임 기자를 기억하는 농부를 만났다.

주류 기자는 아니어도 농부의 추억 소환은 나를 기분 좋게 했다.
10년 뒤 다시 만난 농부는 무조건 1등 사과 생산이 아니라 정성과 손맛이 담긴 맛있고 안전한 사과를 생산하여  생산량의 50%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었다.
 
비주류 기자를 기억하는 농업인들을 만날 때의 쾌감은 큰 감동으로 다가오면서, 친절하지 않았던 농식품 전문지 기자 생활을 성찰하게 한다.


매월 취재원을 만나면 농가마다 농업스토리가 있었고, 농부들이 키우는 모든 작물은 똑같은 품목이라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맛있거나 건강하거나 병충해에 걸렸거나 싱겁거나 농부의 손에 달려 있었다.


10년 뒤에 다시 취재 왔으면 한다는 농부의 말에, 나는 그때도 현장을 경험하고 가슴으로 느껴지는 생생함을 전달하는 기자이길 다짐했다.


발간된 <팜앤마켓매거진 6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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