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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농업

내 마음이 들리니? 2

그녀가 떠나던 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화기에서 들리던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흐른 만큼 기억도 흐려질 때 쯤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큰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

그랬다.

그녀의 삶은 언제나 그렇게 바라보이는 삶이었다.

그것이 그녀 자체였으니까.

저녁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화창한 아침이 왔을 때,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 속에

문주란이 피었다.

나는 애써 문주란을 외면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쳤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기도하던 마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던 돌계단에서

나는 순간적으로 평정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잠시, 어찔어찔한 머리를 가라앉히며

돌 틈에 돋아난 쇠고비를 바라보았다.

대웅전을 향한 쇠고비의 간절한 소망을

알아채기라도 했을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언뜻 스치는

얼굴하나를 보았다.

승천사(昇天寺) 마당에 내리쬐는 햇빛은

찬란했다.

<팜&마켓매거진 9월호에 자세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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