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식품인 조청에 한방 약선藥膳 소재를 접목하여 기능성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사례로 인지도가 높은 정남영농조합법인의 임춘랑 대표이다.
임 대표는 약선 지식을 바탕으로, 단순한 전통식 조청이 아닌 현대인의 건강 니즈를 반영한 프리미엄 조청으로 히트했고, 2세대가 참여할 정도로 사업 규모도 확장됐다.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 이영수 과장은 “어려운 시기에 전통식품도 약선이라는 가치를 담으면 새로운 소비 시장을 창출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 약선 청 이외도 엿기름, 참기름, 들기름, 건강 디저트류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지역 농업과 식품 산업을 연결하는 6차 산업 모델로 확장했다. 현재도 가장 모범적인 농촌융복합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이라고 소개했다.
농촌 여성의 일감 찾기에서 전통 가공 산업화
임춘랑 대표는 경기도생활개선회 회장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농촌 여성의 권익 신장과 역량 강화를 위해 활동해왔다. 그녀가 전통 가공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농촌여성일감갖기사업’을 통해서였다.
1999년, 농촌진흥청과 지역 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한 ‘농촌여성일감갖기사업’에 선정되면서, 생활개선회 면 단위 회원 5명과 함께 처음으로 공동 가공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지원받은 3천만 원의 창업 자금으로 엿기름 제조에 도전했다. 그러나 당시는 제조 기술이 공유되지 않던 시기라, 견학하러 가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아 배움조차 녹록지 않았다.
5인의 공동체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공장을 직접 지을 여력이 없었던 다른 회원들과 달리 임춘랑 대표는 사재 5천만 원을 들여 자신의 땅에 가공장을 직접 건립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회원들이 하나둘씩 사업에서 빠져나갔다. 남은 임 대표는 전통식품 인증마크를 받기 위해 설비 확장 및 기준 충족을 위한 추가 투자를 단행했고, 결국 2002년, 전국에서 두 번째로 엿기름 분야 전통식품 인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20여 종의 전통 가공 제품 생산·유통
엿기름에 이어 식혜, 조청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고, 현재는 20여 종의 전통 가공 제품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특히 2014년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기면서, 이미 식품 공장 설비를 갖추고 있던 임 대표는 자연스럽게 로컬푸드 매장으로 납품하게 됐다. 해썹HACCP인증까지 확보하며 위생과 품질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공장은 지금도 활발히 조청, 식혜, 들기름, 참기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
25년 동안 꾸준한 투자를 통해 2곳의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엿기름 한 품목에서 시작해 기능성 약선 조청 산업으로 확장해온 임춘랑 대표의 성장 스토리는, 여성 농업인의 지속 가능한 창업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경기도농업기술원 한재수 팀장은 “임춘랑 대표는 단순한 가공 기술의 축적을 넘어, 농촌 여성의 자립과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전통식품의 현대화라는 세 가지 가치를 실현한 소중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10% 성장
참기름 한 병에서 시작된 작은 가공이 이제는 참기름, 들기름, 볶은 참깨, 들깻가루 등 총 4종의 가공품을 지역 학교 50곳에 납품한다. 또한 20여 종의 로컬푸드 상품이 매출을 끌어올리는 ‘로컬 농업 혁신’의 가공공장이다. 매년 10%씩 성장 중인 이곳은 ‘지속 가능한 농업’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임춘랑 대표는 “시행착오도 있었고, 어려움도 반복됐지만, 내가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농식품을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인정해 준 덕분에 성장했다. 아울러 힘든 시간을 함께 가족이 지켜낸 농업의 가치에 감사하며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남편과 함께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에 학교를 설립하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6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