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는 6월 17일 수원지소에서 시드볼트(Svalbard Global Seed Vault) 사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기관 간 협의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생태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등 관련 전문가 40여 명이 참석해 식물유전자원의 안전보존과 활성화 방안을 공유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시드볼트 사업의 운영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농업유전자원센터 남성희 실장은 2008년부터 추진해 온 글로벌 시드볼트 사업과 30여만 자원의 안전중복보존 성과를 소개하며, “기후위기 등 식량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세계 식물유전자원 보존의 최후 보루로서 시드볼트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시드볼트센터 김회진 센터장은 2018년부터 산림생명자원 종자 28만여 점을 보존한 현황을 설명하고, “보존 종자 범위를 국내 중요종자뿐 아니라 전 세계 야생식물종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 하현국 사무관은 식물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식물병해충의 유입방지라는 검역 목적에 부합되는 시드볼트 종자의 검역 절차를 간소하게 개선함으로써 시드볼트 사업 활성화에 기여한 적극행정 사례를 소개했다.
국립생태원 박영준 선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위협요인이 늘고 국내 침입외래종 유입도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안전하게 관리하고자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기반해 법정관리 외래생물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식 개선, 주의사항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볼트란 식물 종자를 살아있는 상태로 영구히 보존하기 위한 저온저장시설로,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도 시드볼트에 해당한다. 국내에는 농촌진흥청,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2개 기관에서 운영 중이다.


농촌진흥청은 2008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작물다양성재단(Global Crop Diversity Trust)과 협약을 체결하고 공인 국제종자보존소로 지정받은 후 세계종자안전중복보존소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식량 공급에 활용될 유전자원이 기후위기나 재난 등으로 소실되는 것에 대비해 유전자원을 안전중복보존하고 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시드볼트는 야생식물종자를 보존하는 저장시설로 특화돼 있다.
FAO 지침에 따르면 시드볼트 저장시설은 국제규정상 내부 온도는 영하 18°C, 습도는 30~40%로 상시 유지되어 종자가 100년 이상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농촌진흥청도 이에 따르는 시설을 구축했으며, 내진설계, 경보시스템, 비상전력 등 종자 보존에 필요한 국제 수준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
해외에서 농촌진흥청 시드볼트에 종자를 보존하길 원할 때는 농촌진흥청과 종자 보존에 관한 협약을 맺고 보존하고자 하는 종자 자원을 완전 밀봉 포장한 블랙박스 형태로 한국으로 발송한다. 도입된 종자는 국내에서 시드볼트용 종자를 대상으로 한 식물검역과 통관 절차를 거친 후 시드볼트 저장고로 운송, 입고된다. 블랙박스는 무인자동화시스템에 따라 저장고 내부에 적재되고 농업유전자원관리시스템(Germplasm Management System) 기반에서 안전하게 관리된다. 시드볼트용 종자는 천재지변 등 비상시, 혹은 해당 국가에서 반환요청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구히 출고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농촌진흥청 시드볼트에 보존된 종자는 네팔, 라오스, 몽골,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필리핀 10개국, 국제기구인 세계채소센터에서 보내온 자원들과 국내 국공립대학교, 연구소 등에서 연구하는 30여만 자원이다. 이들 자원은 입고 후 지금까지 반출된 사례가 없다.
이러한 시드볼트 종자 보존의 특성상 국외자원이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생태계에 위해를 미칠 우려나 환경 교란의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종자 관련 권리는 모두 기탁자에 있으므로 종자의 외부 반출 가능성도 없다.
이날 종합토의에서 팜앤마켓매거진 최서임 국장은 “현재 시드볼트 종자라 할지라도 법정관리 외래생물(유입주의생물, 생태계교란 생물, 생태계위해우려생물)에 포함되면 해외에서 수입 전 승인절차 등 행정 장벽이 존재한다. 이러한 제도는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유전자원 보존기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관계기관 간 협력과 제도적 합리화를 통해 국내 시드볼트 사업이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안병옥 센터장은 “앞으로 세계작물다양성재단 등 국제기구나 해외 국가의 수요를 반영해 안전중복보존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라며, “이번 협의회가 관련 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한국의 종자 보존기술력 향상과 국가 위상 제고에 보탬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