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ICT농사, FTA 시대의 해답
“농업은 저에게 ‘수확’보다는 ‘보람’이었어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든다는 자부심, 그리고 소비자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큰 동력이 됩니다.”
문영철 청년농업인이 새싹인삼에서 발견한 것은 단지 작물이 아니라, 농업의 미래를 보는 눈이었다. 젊은 나이에 과감히 도전하고, 지금도 스마트팜의 새로운 길을 설계해나가는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물리학 전공자로 농업과 아무 관련이 없지만, 오히려 FTA시대,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과 추진력으로 새싹인삼 스마트팜 농업을 추진하여 노동력과 생산비는 절감하고 연중 생산체계를 갖췄다.
문영철 청년농업인의 스마트팜 수직농장은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농업은 과학이고, 시스템이며, 산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장성군농업기술센터 박언정 소장은 “청년농업인은 장성농업을 이끌어갈 인재다. 스마트농업의 중심에서 장성군의 미래를 밝힐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문영철 청년농업인은 첨단 농업기술 도입에 앞장서며, 지역 농업 발전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청년농업인”이라고 소개했다.
FTA 대응 작목, 새싹인삼의 가능성
전남 장성에서 새싹인삼을 재배하는 문영철 청년농업인은 조금 특별한 시선으로 농업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농업과 전혀 인연이 없던 그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어느 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이라면 보람이 있겠다’는 마음 하나로 농업에 발을 들였다.
그가 선택한 작목은 ‘새싹인삼’. 뿌리만이 아니라 잎과 줄기까지 통째로 먹는 인삼이라는 점에서 일반 인삼과는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진다.
“예전엔 인삼잎을 먹지 못했어요. 법도 개정됐고, 인삼 잎에도 좋은 성분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가능성을 봤습니다.”
문 대표는 새싹인삼이 가진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재배를 시작했다.
벌써 11년 차. “그땐 인삼을 잎까지 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죠. 하지만 전 오히려 그게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기존 인삼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10평 규모의 스마트팜
그가 운영하는 하우스는 현재 약 250평 규모이며, 이 중 새싹인삼 스마트팜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10평 정도다. 수직 재배의 특성상, 단순한 평수 비교는 무의미하다.
문영철 대표의 스마트팜은 6단으로 구성된 베드에 새싹인삼을 재배하고 있으며, 평면 면적으로 환산하면 약 60평 이상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통로가 없는 농장’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수직 농장은 사람이 직접 들어가 작업할 수 있도록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만, 문 대표의 농장은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통로 자체가 없다.
“안에 들어갈 필요가 없이 베드가 롤링이에요. 또한 어디에서도 환경제어하면 되거든요.”
그는 통로 없이 공간 활용률을 극대화했고, 이는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만든다.
움직이는 스마트팜, 혁신
청년농업인 문영철 대표는 스마트팜 농장의 ‘자동화’ 개념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대부분의 스마트팜이 ‘환경 제어’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문 대표는 환경제어를 넘어 작물 자체가 움직이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차별점이다.
“보통은 ICT라고 하면 온도, 습도, 조도 같은 환경제어만을 이야기하잖아요. 근데 저희는 작물이 직접 이동하면서 균일한 환경을 받을 수 있도록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마치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작물이 나에게 오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시스템은 작물의 위치가 바뀌면서 광도와 온습도의 편차 문제를 해결하고, 위아래 층 간 환경 차이도 자연스럽게 순환을 통해 극복했다. 더불어 냉난방기, 환기, LED 조도, 전력 사용량, 살균기, 관수 상태까지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통합제어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했다.
“보통 ICT 스마트팜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리모컨으로 난방기를 켰다 껐다 하는 정도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냉난방기의 단계별 온도 조절, 전열기 제어, 양액기 통합관리, 외부 수도 공급 여부까지 시스템상에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죠.”
그는 직접 개발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법인회사를 설립했고, 이 기술은 새싹인삼뿐 아니라 다른 품목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센서 하나하나의 정밀도와 제어의 세밀함 덕분에 작물 생육에 훨씬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혁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외부에서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단순한 ‘꺼짐/켜짐’ 방식이 아니라 정교한 제어의 차이가 있습니다. 농업도 이제는 과학이고, 엔지니어링입니다.”
그가 농업에 뛰어들며 만든 시스템적 접근의 기반이 되었고, ICT 농업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시행착오에서 연구 병행
“남들이 잘하니까 나도 잘할 줄 알았어요.”
전공도, 경험도 없던 그는 오직 ‘몸에 좋은 작물’이라는 인삼의 매력에 이끌려 새싹인삼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농업은 만만치 않았다.
“첫 작기는 잘 됐어요. 그런데 두 번째 작기부터는 인삼이 3일 만에 죽기 시작했죠.”
문제의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컨설팅도 받고, 자문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는 다른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답을 구했고, 그제야 잘못된 정보로 재배했던 것이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어떤 컨설턴트가 강요한 흙을 사용했는데, 그게 새싹인삼에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었어요.”
이후 그는 선도농가를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 도전했지만, 또 하나의 큰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찾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그것은 문영철 대표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인건비는 급등하고 자재 비용은 두 배 가까이 올랐으며, 판매량은 줄어들었다. 난방비는 월 100만 원에서 200만 원대로 치솟았다. 농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사람도 없고, 들어가는 비용은 두 배, 매출은 제자리. 이래선 안 되겠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스마트팜과 자동화 시스템에 눈을 돌렸다. 기존의 인력 의존적이고 비효율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순환형 베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재배가 가능하고, 생산성은 훨씬 높다. 과거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자동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그동안 겪은 문제들을 다 넣어 개선한 시스템이에요. 비효율적이고 노동력이 많이 들어갔던 구조를 바꿔야 농업이 지속할 수 있겠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득한 교훈들, 위기 속에서 찾아낸 해법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농업의 본질이 스마트팜 새싹인삼 농장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문영철 청년농업인의 도전에서 실패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거기서 배운 사람은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비전은 분명합니다. 농업으로 돈 버는 시대 만들고 싶어요”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싶어요. 농업으로 돈 버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수직형 순환 스마트팜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고 도입했다. 그리고 이전 시스템과 확연히 달라진 성과를 눈으로 증명했다.

첫째, 불균일 재배와 반복 노동을 스마트팜이 해결한다. 과거에는 새싹인삼을 수직으로 쌓아 다단식 재배를 했지만, 위·아래 조도의 차이, 온도와 습도의 불균형으로 인해 작물의 생육이 들쑥날쑥했다.
“그땐 매주 위·아래 작물을 수동으로 바꿔줘야 했어요. 크기가 달라지면 상품성이 없어지니까요.”
또한, 매 재배 주기마다 상토를 교체해야 했고, 이를 위해 그는 직접 무거운 수레를 끌고 다니며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이런 수동 작업이 많다 보니 노동력 소모가 너무 컸다.
지금은 다르다. 자동 순환형 시스템으로 위·아래 구분 없이 균일하게 생육 되며, 상토 교체 역시 훨씬 간편해졌다. “이젠 달구지 끌 일이 없어요.”
둘째, 냉난방비 절감과 연중 생산이다.
스마트팜 시스템이 가장 큰 변화를 만든 영역은 냉난방비다. “예전에는 겨울철 난방비가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들었어요. 그런데도 새벽이면 온도가 10도 아래로 떨어지니 재배도 느려졌고요.”
지금은 재배기 안에서 냉난방이 자동으로 조절되어 에너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계절과 관계없이 일정한 생육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생산량도 증가했다.
예전엔 1년에 8~10회 수확이었지만, 지금은 16회까지 가능해졌습니다. 같은 땅, 같은 작물이지만 ict스마트팜 시스템으로 바뀌니 결과도 완전히 달라졌죠.
셋째, ‘달팽이’피해가 없다.
스마트팜 시스템은 병해충 방지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예전 화분형 구조에서는 달팽이 피해가 심했어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데 일일이 잡는 것도 한계였죠.”
스마트팜 시설이다 보니 외부 해충 유입 자체가 차단됐다. 이건 정말 큰 변화이다. 상품성 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스마트팜 증설과 새싹인삼 유통 확장 계획
그는 현재 스마트팜 증설과 새싹인삼 유통 고도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잎을 활용한 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새싹인삼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소비자 교육, 체험형 마케팅 등도 계획 중이다.

이제는 ‘AI 제어’로 고도화
하드웨어가 자리를 잡은 지금, 문 대표는 다음 단계로 소프트웨어 고도화에 들어섰다. ICT 기반의 환경제어는 이미 완료됐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자율 판단해 작물 생육 환경을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AI가 알아서 제어하려면, ICT는 기본이에요. 사람 개입 없이 최적의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목표입니다.”
최서임 기자 farmmarket2@gmail.com
* 제작 지원 : 2025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7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