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ICT농사, FTA 시대의 해답
농업·농촌의 지속성을 이어간다
"ICT 덕분에 딸기, 상추 이모작 가능했다"
“FTA 시대, 값싼 수입 농산물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방식만 고집해선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요. 기술로 경쟁해야 합니다. 스마트팜은 농업의 위기를 돌파할 ‘힘’이자, 농촌 지속 가능성의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찬규 대표는 “이제 노지 농사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데이터와 기술로 농사짓는 시대이다. 스마트팜은 FTA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지금의 농업은 단순한 ‘노동’이 아닌, 기술과 결합한 첨단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최찬규 청년농업인은 단순히 ‘농사만 짓는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기술과 접목된 ‘스마트 농업’이라는 미래 농업의 길을 택했다. ICT 기반의 환경 제어 시스템, 자동화된 관수와 방제, 데이터 기반의 작물 생육 분석 등을 갖춘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일 년에 딸기와 상추 재배로 이모작하며, 노동력은 줄이고 품질과 소득은 높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대파 농사로 가락시장 1등, 하루 수백만 원 매출을 찍으며 승승장구하던 최찬규 청년농업인은 왜 딸기+상추 재배로 돌아섰을까? 기후 위기 시대, 청년농업인인의 스마트팜을 취재했다.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원익재 소장은 “청년농업인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스마트팜에 대한 다양한 교육과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청년농업인들이 주도적으로 대응하며 농업의 가치를 재창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딸기 수확 후 간작으로 상추를 재배하여 소득을 올리는 최찬규 청년농업인은 ‘기술적 기반을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하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추구하며 지역 청년농업인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주인공”이라고 소개했다.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의 뿌리는 농업에 있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농사일을 도왔고, 형은 농수산대학교 식량자원학과를 졸업한 뒤 먼저 농업을 선택했다. 최찬규 대표가 본격적으로 농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다르다.
“도시에서 사진과 영상 전공을 살려 직장생활을 하려고 했지만, 밤샘 작업을 하면서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삶이 계속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가?’ 스스로 물었습니다.”
고민끝에 대학 3학년 무렵, 농촌으로의 귀향을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가치를 만들어가는 농업인의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형의 오이 하우스에서 돈 되는 농업 발견
“저는 어릴 적부터 농기계 옆에서 자란 아이였어요. 믿지 않겠지만, 아버지 무릎에 앉아 포크레인을 몰던 기억, 지금도 또렷합니다. 또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이 PC방에서 놀 때 저는 아버지의 농사일 돕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꼈어요.”
농업 선택은 단순히 ‘가족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형과 함께 하우스 농사 현장을 경험하며 농업의 가능성을 느꼈다.
“형의 농장에서 오이 수확하는데, 하루에 돈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직장 월급처럼 고정된 수입이 아니지만, 잘하면 더 많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형의 하우스에서 2년간 농사 경험을 쌓은 그는 곧 ‘자신의 농장’을 갖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마침내 독립을 결심했다. 아버지의 논, 형의 하우스를 거쳐 이제 자신만의 하우스 농사를 시작했다.
친구들이 부러워한 대파 소득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건 2010년도쯤이었고, 아버지 밑에서 배우다가 2013년에 독립했죠. 부모님의 하우스 8동, 1,600평 규모로 대파 농사를 시작했어요. 물론 가지, 아욱, 쑥갓 등 엽채류도 재배했죠. 그땐 옆집 땅을 임대하여 트랙터로 갈고 심는 방식이었죠.”
그중에서 하우스 대파 첫 수확은 대성공이었다. 대파 품질이 뛰어나 가락시장에서 1등을 차지했고, 당시 1kg당 1,800~1,960원이라는 고가에 거래됐다.
“그땐 하루에 통장에 500만 원씩 들어왔어요. 대학 졸업하고 농사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정말 대단한 수익이었죠.”
그렇게 탄탄대로 같았던 농업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기후 변화였다.
“요즘은 5월만 돼도 하우스 안이 너무 더워요. 대파는 고온에 약해서 뿌리가 상해버려요. 지금은 경기도 노지 대파도 기후 때문에 재배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후온난화 환경에서는 강원도 평창처럼 서늘한 기후의 대파와 비교해 자신의 하우스 대파 농사는 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하우스를 스마트팜으로 시설과 품목을 전환했다. 선택한 작물은 딸기였다. 이유는 단순히 기후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농촌체험과 6차 산업 인증을 염두에 두고 딸기 품목을 골랐다.

스마트팜 딸기와 상추가 바꾼 삶의 리듬
“노지와 시설하우스에서 대파, 가지, 아욱, 양파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 경험에 비하면 솔직히 딸기+상추 스마트팜에서 농사는 일해도 일하는 것 같지 않아요.”
최찬규 청년농업인은 ‘스마트팜 수경재배’로 재배 방식을 전환하면서 겪은 변화는 단순한 생산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삶의 리듬, 일의 방식, 수익 구조까지 완전히 달라졌다.
“딸기 재배가 나랑 안 맞으면 어쩌지?”
2022년, 딸기를 처음 심어보았다. 처음부터 큰 투자를 감행하지는 않았다. “작물도 사람하고 궁합이 있다”고 믿는 그는 베드 시설을 올리기 전, 토양에 두둑을 만들어 직접 딸기를 키워보았다.
“꽃도 피워보고, 열매도 맺어보고, 솎아도 보면서 느꼈죠. 딸기, 이거 괜찮다. 나랑 잘 맞는 작물이구나.”
“처음엔 그냥 딸기가 어떻게 열리고, 익는지만 보자”는 마음으로 시험 재배를 시작했다. 예상보다 많은 수확에 놀랐고, 먹고 남는 딸기를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에 올려 직접 판매까지 하게 되었다.
“아파트 동마다 손수 배달했어요. 그때는 10만 원, 20만 원 벌어도 신기했죠.”
시험재배 성과가 좋아 2023년 본격적으로 베드 수경재배 시설을 갖췄다.
양파 한 번에 3억 매출? 딸기 600평 7천만원 소득
기존 농사에 대한 회의감도 스마트팜 전환의 이유였다.
“양파 수확하면 수매로 3억, 4억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인건비, 자재비 다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죠. 게다가 1년에 한 번 수확하여 1년 먹고 사는데, 그나마 시세 떨어지면 바로 위기예요.”
반면 딸기 수경재배는 매일 수확이 가능하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비롯해 꾸준히 판로를 확보하며 하루 매출도 높아졌다.
“매일매일 통장에 돈이 들어와도 얼마 벌었는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이번에 저탄소 인증 신청 때문에 매출을 엑셀 작업했더니 600평 딸기 농장에서 연 7천만 원이 나온 거예요. 깜짝 놀랐죠.”
최 대표는 “딸기 농사를 통해 ‘대박 농사’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과 삶의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고 강조했다.
“대박도 아니고 쪽박도 아닌, 중간에 안정적인 시세를 받고 싶어요. 매일 조금씩 벌고, 일도 편하고, 농장 안에서 일하는 게 즐겁습니다. 딸기 수경재배는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해줬어요.”
최찬규 청년농업인은 스마트팜 기술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소규모 스마트팜은 ‘노동 같지 않은 노동’이자 ‘불안정한 수익에서 벗어난 멋진 첫걸음’을 보여주고 있다.

“평당 10만 원? 저는 만족합니다”
“딸기 농사에서 평당 10만 원이면 대단한 거 아닌가요? 저는 만족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밖에 못 했어? 비웃을 것 같아서 말 못 하지만, 만족스럽고 스마트팜 딸기 농사에 비전을 봤죠. 그래서 연중 재배할 수 있는 시설 등에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현재는 약 600평 규모의 딸기 농장의 정식은 9월, 수확은 11월 말부터 다음해 6월이면 수확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상추를 재배한다.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냉난방기
“딸기 정식 시기인 9월이 너무 더워서 병이 많이 생기거든요. 에어컨으로 온도를 낮춰 피해를 줄였어요. 또 겨울엔 난방으로 수확기를 늘릴 수 있죠.”
이어 이산화탄소 발생기도 설치했다.
“겨울엔 춥고 눈 와서 문을 못 여니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더라고요. 해가 뜨는 아침 시간에 맞춰 CO₂를 뿌려주니 딸기가 더 잘 자라요.”
안성시농업기술센터 도움, 흰가루병 ‘제로’
농사를 시작한 첫해, 흰가루병이 발생했다. 그 원인을 알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운 것이 바로 고초균이었다.
“고초균이라는 미생물이 흰가루병 균보다 먼저 자리를 잡으면, 흰가루균은 번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원리를 활용해 미리미리 뿌려주는 방식으로 병을 막을 수 있었어요. 이처럼 미생물 기반 친환경 방제는 단지 병해충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화학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최찬규 대표는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주무관, 팀장님을 비롯하여 모두 너무 감사하다. 특히 농사 초기에 많은 조언과 기술 지원을 받아서 실패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께 ‘농사’ 인정 받다
최찬규 청년농업인의 농사에 대해 가족의 기대와 불신 사이, 그가 인정받은 계기는 로컬푸드 직거래에서 왔다.
“제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딸기 팔아서 성과가 나오니까, 아버지께서 ‘이제 제대로 농사지을 줄 아는구나!’ 칭찬하셨죠.”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운 내용을 실전에 적용하고, 이를 성과로 연결한 그의 노력은 단지 개인의 성공을 넘어 가족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고온기에 여름 상추 생산, 소득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름철 딸기 출하가 끝나고 나면 시설은 몇 달 동안 비게 된다. 그는 이 시기에 주목했다.
“8월 고온기엔 상추 재배가 어렵죠. 그래서 상추 가격이 오르고요. 근데 저는 냉방기가 있으니 남들이 안 할 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이디어는 올해 처음 실행에 옮겨졌다. 6월 말~7월 초경 상추를 정식 재배했고, 시설 내부를 냉방 해 고온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진상완 지도사는 “자주 소통하면서 작물 생육상태를 확인하러 방문하는데, 정말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는 청년농업인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좌절보다는 끊임없이 연구하며 노력하여 좋은 성과를 올린다”고 칭찬했다.
스마트팜은 ‘거창한 시스템’이 아닌 ‘지속 가능성의 기술’
최찬규 대표는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거창한 자동화 설비를 떠올리지만, 중요한 건 농사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 되는 기술”라고 강조한다. 그에게 스마트팜은 데이터 기반 환경 제어, 미생물 활용, 적정 시기와 품종 선택까지 모두 포함된 개념이다.
물론 스마트팜 농업에 대한 환상도 경계한다. 철저한 공부와 반복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액 조성, 온도 조절, 습도 관리, 병해 예측까지. 시스템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건 맞지만, 핵심은 사람이 의사결정하는 겁니다. 스마트팜은 결국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일 뿐이에요.”

스마트팜 덕분에 생애 첫 해외 여행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관리
최찬규 대표는 스마트팜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부모님과 형에게 농장을 부탁하지 않고도 홍콩 여행 중에 스마트폰만으로 농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팜 시스템은 온도, 습도, 관수 상태를 원격으로 점검하고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농, 경험 없는 창업은 위험하다.
그는 스마트팜을 통한 청년농 창업을 지켜보며 걱정도 털어놨다.
“요즘 10억씩 대출받아 스마트팜 짓고 시작하는 친구들 많은데, 농사 경험 없이 시작하면 쉽게 무너져요. 농업도 결국 경영이고, 공부가 아니라 경험이 중요하더라고요. 농업이 단순히 몸으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에요. 지금은 땀보다 전략이 중요해요. ‘내가 무엇을 심을까’보다, ‘어떤 구조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팔까’가 더 중요하죠.”
최찬규 대표의 농사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농업시장 변화, 시설농업의 필요성, 그리고 농촌 6차 산업화의 방향성까지 담겨 있다.
“농사는 끊임없이 배우는 일이에요. 실패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방향을 바꾸고 다시 도전했죠. 지금의 딸기와 상추도, 그렇게 얻은 결실 중 하나예요.”
최찬규 대표는 앞으로 농장주변 등을 정리하여 6차산업도 펼쳐 나갈 계획이다.
딸과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삶
최찬규 대표는 아들과 딸의 아버지다. 두 자녀는 방과 후에 가끔 농장에 들러 딸기를 따 먹고, 상추를 수확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아이들에게 제 삶을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은 진짜 재밌어요.”
농업을 선택한 건 현실의 벽에 부딪힌 젊은이의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는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잇는 ‘청년농업인’으로, 그리고 ‘스마트팜 ICT 농사’라는 미래 농업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서 있다.
* 제작 지원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8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