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영환 대표의 유기농 현장은 사시사철 다양한 작물로 가득하다. 고추, 오이, 수박, 양배추, 당근, 방울토마토, 딸기, 가지 등 10여 종의 채소들이 돌려짓기 방식으로 재배된다.
같은 땅에 한 작물만 심으면 병해충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계절과 토양 상황에 맞춰 작물을 바꿔가며 땅을 지켜나가고 있다.
특히 논산지역 학교 급식과 로컬푸드 공급을 위해 40년 넘게 꾸준히 친환경농업을 이어왔다. 이유는 분명하다. “좋은 먹거리를 우리 아이들이 먹어야 하니까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끊임없이 생명의 순환을 지켜나가는데 온힘을 쏟았던 석영환 대표를 드디어 인터뷰했다.
논산시 농업기술센터 김정필 소장은 “지역의 친환경농업을 이끈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해 보이지 않은 기여를 많이 해 왔다. 관행농업보다 훨씬 강한 노동력이 투입되지만,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와 함께 나눠 먹는다는 것에 행복함을 더 느끼는 농업인이다. 석 회장님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은 품질도 좋고 농산물도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성현 시장, 농업에 관심 높다
논산시에서는 친환경 농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며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석영환 대표는 “농업인들은 딸기 엑스포 같은 행사가 열리면 딸기뿐 아니라 다양한 농산물도 함께 홍보되고 판매되는 기회가 생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백성현 시장님께서 농업에 관한 관심이 높고 농업인들과도 소통한다. 현장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귀 기울여주는 행정이 있다는 점에서 큰 위안을 얻는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지자체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소비자와 안전한 먹거리 공감대 형성
학부모와 영양(교)사들이 직접 석영환 대표의 농장을 방문해 수확 체험한다. 친환경농산물이 어떻게 재배되고 생산되는지를 확인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이를 통해 지역 농산물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석 대표는 “남을 속이지 않고 귀하게 농사짓는 것을 보여주고,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함께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의 가장 중요한 철학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꼽는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신념을 지키며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곧 제 자존심”이라고 강조했다.

“힘들어도 멈출 수 없는 길, 친환경 농업”
“비만 오면 풀이 쑥쑥 자라고, 잡초 뽑다 보면 하루가 다 가버려요. 나이가 드니 어깨며 허리며 성치 않은 데가 없죠. 그래도 우리는 아직 친환경을 놓지 못합니다.”
석영환 대표는 “친환경 재배에서 가장 큰 고민은 잡초다. 제초제를 쓰지 않는 대신 예초기와 친환경 자재에 의존하다 보니 노동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때는 풀 때문에 벼농사를 포기할 만큼 실패도 겪었지만, 우렁이농법을 도입한 뒤로 조금이나마 논에 잡초 제거에 도움됐다”고 말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노동의 고단함에도 고집처럼 친환경 농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있다. 가족과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체험와서 감동하는 학부모와 아이들
“친환경농업 실천 후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은 ‘투구새우’와 ‘논새우’가 다시 나타났을 때입니다. 농약으로 사라졌던 작은 생명체들이 친환경 농법을 통해 논에 되살아난 것입니다.”
석영환 대표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체험을 와서 논새우와 투구새우를 발견하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맛있다’는 칭찬이 힘
“큰돈을 벌진 못해도, 우리 아이들이 아토피 없이 자라준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을 먹고 ‘맛있다’는 말 한마디만 해도 힘이 나지요. 당장의 돈보다는 언젠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친환경농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관행농업보다 노동이나 생산비 등이 배 이상 투자되는데도 묵묵히 친환경농업을 농업인들과 함께 이어가는 농가의 모습에 감동했다.
마치 건강한 먹거리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처럼 느껴졌다.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해 주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으로 친환경농업을 40년간 지켜왔고, 그것이 친환경 농업의 본질적 가치라는 것을 보여주는 석영환 대표이다.
소비자가 맛있게 먹을 때, 보람
어느 날 작은 유치원에서 양배추 한 통을 주문했을 때, ‘아이들도 친환경 먹거리를 먹는구나’라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전해져 ‘맛있게 잘 먹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석영환 대표의 보람은 결국 소비자와의 신뢰 속에서 완성된다. 아무리 힘들고 실패가 많아도 안전한 먹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철학이 그를 농사짓게 만든 힘이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9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