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농기계는 필수다. 파종부터 모내기, 제초, 수확, 건조까지 모든 과정에서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건조기 등이 투입된다. 그러나 고장이 발생할 경우 농가는 막대한 수리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한 수도작 농가는 트랙터 고장으로 500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지출했다며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농가 소득이 크지 않은 현실에서 농기계 고장이 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이다. 농기계 수리비 부담은 구조적 문제다.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 가격이 비싸고, 정비 인력이 부족해 인건비도 상승한다. 농번기에는 시기를 놓치면 피해가 크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수리를 맡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농기계 수리비 지원 정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첫째, 농기계 수리비 직접 지원 확대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수리비 지원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 수도작 농가처럼 기계 의존도가 큰 농업 분야에는 우선적으로 절실할 듯하다. 둘째, 농기계 보험 개선이다. 현재 농기계 종합보험은 사고 중심 보장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고장·수리비까지 보장하는
“GAP 제도의 대중화, GAP 인증 농산물의 공공성 확대, 그리고 농가 소득과 소비자 신뢰의 동시 실현이 우리 전국 GAP생산자협의회의 목표입니다.” 최성환 회장은 “GAP 농산물의 대중화와 공공성이 확대될 때 농가도 산다. 단순히 민간 유통망에서 경쟁하기보다는 학교급식, 공공기관 납품, 복지시설 공급 등 공적 영역에서 GAP 인증 농산물이 우선 선택되도록 제도적 연계가 절실하다. GAP 농산물이 공공 소비에 먼저 선택되어야 농가의 소득도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인증서 하나 더 받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는 안심하고, 농가는 자부심을 갖는 그런 농업 생태계를 GAP가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AP은 농산물의 생산부터 수확 후 관리까지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이다. 농업의 기본을 지키는 농사이다. 전국GAP생산자협의회는 이러한 GAP 인증 농가와 농협의 권익을 대변하고, 제도 개선 및 유통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현장 중심의 조직이다. 올해 연임된 최성환 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중점 사업과 GAP 농산물의 비전과 향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GAP 농산물의 시장 신뢰 회복과 판로 확대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현장의
2025국제농업박람회는 ‘농업이 세상을 바꾼다 – AI와 함께하는 농업혁신, 생명 키우는 K-농업’을 주제로, 농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대규모 국제행사를 준비하는 (재)전라남도 국제농업박람회 사무국은 전력투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박람회가 단순히 기술·산업 중심의 전시를 넘어서, 농업이 지닌 생명 산업으로서의 가치와 공익성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식량안보, 기후위기, 인구감소 등 인류의 위기 앞에서 농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그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것이 대한민국 대표 국제 농업전문 박람회의 의지다. 국제적인 관심 또한 뜨겁다. 전 세계 25개국에서 380여 개의 기관과 단체, 농업 기업들이 참가를 확정지었고, 박람회 기간 동안 40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농업 전문가와 유관 기관, 기업, 농업인이 함께하는 글로벌 농업 네트워킹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2025국제농업박람회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죠. 농업은 과거의 산업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입니다.” 박관수 사무국장은 “이번 농업박람회를 통해 기후위기, 식량안보, 청년 일자리 문제 등 인류가 직면
지난 7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식품산업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은 늘 그렇듯이 일정 때문에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 홍문표 사장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꼿꼿이 앉아 주제 발표와 토론 내용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홍 사장은 “K푸드가 208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유엔 가입국보다 많은 나라에 한국의 먹거리가 판매된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이다. 농수축산물식품 수출은 대한민국 식품영토 확장이다. 이걸 작게 생각해선 안 된다. 그건 국가의 힘이다. 이러한 국력을 키우는 힘은 우리 농어민과 축산인의 손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평균 연령 73세. 아프지 않은 농어민이 드물다. 농기계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시대지만, 기계 한 대 값은 수천만 원, 기름값, 자잿값, 대출이자까지 감당하며 땅과 바다를 지키고 있다. 농업을 살리지 않으면, K-푸드도 지속될 수 없다. 따라서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은 더 이상 선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말’보다 ‘깊은 책임’이 필요한 시대에 와 있습니다. 농어촌이 건강해야, 세계가
상주원예농협이 오이, 배, 포도, 복숭아, 곶감, 벌꿀 등 지역 특산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지역 농업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농업인의 정성과 자부심을 담은 통합브랜드 ‘프레시탐탐(Fresh탐탐)’을 통해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소비자 신뢰를 꾸준히 확보해 왔다. 상주원예농협은 단순한 유통을 넘어,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상주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이한우 조합장이 있다. 그는 농업 현장 곳곳을 누비며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과 교육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상주원예농협의 박기석 전 이사는 “경쟁력 있는 상주원예농협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이한우 조합장이 사활을 걸고 뛴다. 시원시원하게 업무 처리하고, 정확하다. 조합원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십으로 조합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합원의 애로사항도 꼼꼼히 챙기며 현장을 직접 뛰는 조합장이다. 그래서 우리 농협이 더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자랑했다. 이에 대해 이한우 조합장은 “상주 오이를 비롯해 상주원예농협 농산물의 명성은 저 혼자의 힘이 아닌, 함께 해 온 조합원들과 임직원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라
전남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는 ‘연구 중심’을 넘어 현장과 소통하며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열대 작목의 경쟁력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는 전남형 농업 혁신의 심장부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화향천리행 인덕만년훈花香千里行 仁德萬年薰”은 손장환 소장이 평소 가슴에 품고 있는 글귀다. 중국 고전 『설원說苑』에 나오는 이 문장은 “꽃향기는 천 리를 퍼지고, 어진 덕은 만 년을 은은하게 남긴다”는 의미로, 선한 영향력은 오래도록 사람들 마음속에 기억된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남긴 것은 말이 아닌 향기요, 머문 것은 자리 아닌 마음이다”라는 신념 아래, 늘 충실하게 현장에서 연구와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손장환 소장은 말했다. 올해 중점 사업 첫째, 열대 과수 품종 육성과 안정생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남해안 지역 기후에 적합한 아열대 과수 키위, 다래, 비파 품종을 육성하여 품종 출원할 계획이며, 키위, 다래 1.5ha, 비파 0.8ha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키위 수출 확대를 위해 프랑스와 11ha 계약재배를 체결했고, 해금과 해원 품종을 EU, 칠레,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됐다. 농업 현장을 둘러싼 기후변화, 물가 상승, 식량안보, 농산물 유통 구조 등 오랜 과제 속에서도 송 장관은 실질적인 변화의 실마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가 유임 이유일까? 새 정권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지난 정부의 농업분야는 어려운 국내외 환경 속에서 충분히 애썼고, 잘했다. ■ “역대 가장 현장을 많이 찾은 장관” 송 장관은 ‘현장 중심 농정’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장관 재임 기간 중 매주 2~3회 이상 전국 농촌 현장을 방문하며 정책의 출발은 현장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몸소 실천했다. 이러한 행보는 농업인들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했고, 각종 현안 대응에서도 선제적 역할을 해냈다. ■ 온라인 도매시장 개장, 유통 혁신의 첫 단추 지난 정부에서 가장 실질적인 변화는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이다. 역대 정부가 추진만 하다 좌초했던 온라인 도매시장을 실현 단계로 끌어올렸다.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면서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이는 이전 정부들에서도 시도는 있었지만 실제 법과 시스템까지 갖춘 경우는 처음이다. 그래서 “유통 구조 혁신의 첫 단추를 꿴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평
국립식량과학원 최명철 식품자원개발부장은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글귀를 누구보다 깊이 아낀다. 이 네 글자에 식품과학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한다. “식품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건강과 치유의 자원입니다. 지속 가능한 식생활과 질병 예방, 그리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식품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최명철 부장은 ‘식약동원’을 식품자원개발부의 핵심 가치이자 연구 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 철학은 부서의 모든 연구와 실천에 뿌리처럼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식품자원개발부는 ‘식약동원’의 정신을 바탕으로 기능성 식품, 고령친화식품, 농산물 기반의 건강식품 개발 등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다양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식약동원 정신으로 식품의 가치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그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식품자원개발 전문 부서로서 농업과 식품을 연계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글귀라고 생각합니다.” 최명철 부장은 “농촌진흥청 식품자원개발부에는 글로벌 엘리트 과학자이고, 국내 농식품과학을 선도하는 훌륭한 박사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 ‘식약동원’에 담긴 가치
최근 이상기후 환경이 반복되면서 ‘한 해 잘되면 3년 농사 소득이 따라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농가의 소득 차이가 크다고 농가들은 말한다. 이제 사과 농사는 날씨 운과 재배기술, 기후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시설 투자 등이 요구되는 고난도 작목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과 출하 시기가 아니거나 일시적 공급 부족일 때 가격이 오르면 신문과 방송은 사과값은 ‘금값’이라며 앵무새처럼 반복했고, 일부 농가는 이 변동성 속에서 기회를 만들었다. 철저한 재배관리, 탄저병, 화상병을 비롯하여 자연 재해에 선제적 대응으로 안정적인 수확과 수익을 동시에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공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농가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다. 이상저온, 폭우, 폭염, 태풍 등 기상이변에 병해충까지 겹치면, 수확은 고사하고 빚만 남는다는 말이 현실이 된다. 이제 농부는 더 이상 ‘농사만 짓는 사람’이 아니다. 날씨를 예측하고, 병해충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고, ICT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데이터를 관리하는 ‘현장형 기상전문가’이자 ‘위기 대응 전략가’를 요구하는 듯하다. 사과 한 알의 가격이 오르면 언론은 즉각 반응하며, ‘사과값이 금값’이라는 말로 소비자의
“본질은 시대를 초월한다.” 김대현 부장이 가장 좋아하는 이 글귀는, 그가 농업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을 온전히 담고 있다. “제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 가지 가치인 자존, 본질, 고전, 현재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죠. 농업, 특히 원예작물분야는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환경 속에서도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스마트농업, 디지털육종,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핵심은 늘 같아야 합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조화, 그것이 제가 말하는 본질입니다. ‘자존’은 우리 농업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지켜내려는 의지, ‘고전’은 시대를 넘어 이어져 온 지혜와 기술, 그리고 ‘현재’는 그 전통 위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실천을 의미합니다. 이 모든 키워드를 품고 농업을 바라볼 때, 흔들림 없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대현 부장은 “연구진에게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되, 우리의 중심과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자’고 강조한다. 그 중심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우리 농업이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심’과 ‘본질’을 지키는 힘이